이지은 전 총경 "법이 없어서 못한다는 변명 싫어 출마"... 마포갑 민주당 후보[인터뷰]

입력
2024.03.07 04:30
수정
2024.03.07 1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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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상 최초 지구대장 출신 총경
경찰국 신설 반대하다 정계 입문
2005년부터 마포에 살고 있어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1호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이지은 전 총경.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1호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이지은 전 총경. 고영권 기자

여성 '최초' 홍익지구대장, '최초'의 지구대장 출신 총경.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갑 후보 앞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다. 24년간 몸담았던 경찰을 떠나 올해 1월 영입인재로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전국 총경회의를 기획했다가 좌천돼 인생의 물줄기를 틀었다. 총선 격전을 앞둔 그를 5일 국회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권에서 경찰이 너무 망가져 자괴감"

-정치 입문 계기는.

"윤석열 정권에서 경찰이 너무 망가졌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자괴감을 느꼈다.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고 내가 '경찰의 울타리'가 돼서 국민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현장에서 느꼈던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바로잡고 싶었다."

-경찰을 먼저 보호해야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게 핵심이다. 윤석열 정권이 경찰을 국민의 경찰이 아닌 정권의 보위, 수호를 위한 경찰로 만들었다. 이태원 참사도 경찰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대통령실 앞에서 경비를 하다 보니 국민 안전에 소홀해진 부분이 있다. 경찰이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어야 국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

-경찰 출신 의원은 이미 많은데.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한계를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왜 경찰이 이걸 못 해주냐'고 했을 때 '법이 없어서 못 해요. 법이 그렇게 돼 있어요'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이런 법을 만들 텐데' 하는 갈증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을 어떻게 대하나.

"경찰과 검찰이 지금은 대등한 협력관계로 돼있지만, 70년 동안 상하관계였다. 마치 평생 대를 이어 우리 집 종노릇을 하던 하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동등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제 아버지도 노웅래 의원 팬이다"

이지은 전 총경. 고영권 기자

이지은 전 총경. 고영권 기자

-왜 마포갑인가.

"마포는 저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다. 이사를 다니긴 했지만, 서울에 처음 발령을 받았던 2005년부터 마포에 살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마포갑이다. 공천 발표 전부터 살고 있었다."

-현역 노웅래 의원이 단식까지 하며 컷오프에 강력 반발했는데.

"노 의원은 지역에서 인기 있는 따뜻한 국회의원이고, 특히 제 아버지도 엄청난 팬이다. 결과가 이렇게 돼서 저도 깜짝 놀랐고 안타까웠다. 노 의원께 문자를 보냈는데, 제게 '민주당 후보니까 뛰세요. 저는 회복을 해야 되니 끝나고 보자'고 답장을 주셨다. 노 의원이 아직 병원에 계셔서 만나 뵙진 못했지만 조언을 구하고 싶다."

-상대 후보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인데.

"저와 '젊은 엘리트'라는 점에서 이미지가 겹친다고 하는데, 그것만 빼고는 너무나 대비되는 삶을 살아왔다. 조 의원은 더불어시민당으로 나왔지만 김건희 특검에 반대하면서 이쁨을 받아 국민의힘에 들어간 분이다. 반대로 저는 윤석열 정권이 경찰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는 것에 반대하다가 좌천됐다. 또 조 의원은 마포에 전혀 연고가 없다고 들었다. 마포을 김경율 사천 논란도 그렇고 이번에 국민의힘이 마포를 쉽게 보고,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초선의원과 영입인재에게 바라는 건 전문성, 참신함,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시각으로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보일 수 있다. 문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저는 말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포부는.

"형법을 주로 다뤄왔던 경찰 출신 법률가로서 지금의 형법을 정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70년 전 만들어져최근 온갖 특별법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매일 아침 윤동주의 '서시'를 외우고 있는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는 쉽지 않겠지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아파할 줄 아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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