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 논란, 최초 유포자 의협에 "고소할 테면 고소해"

입력
2024.03.08 18:17
수정
2024.03.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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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온라인에 의협 명의 문건 유포
의협 "조작된 허위 문건… 유포자 고소"
유포자 "수사하면 알 것"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의사협회 내부 문건이라는 문서가 게시됐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의사협회 내부 문건이라는 문서가 게시됐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대한의사협회가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최초로 온라인에 유포한 이가 의협을 향해 "고소하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따르면 전날 본인을 '의협 관계자'로 소개한 작성자가 의협 내부 비공개 문건이라며 두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의협회장 직인이 찍힌 해당 문서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유포 △정부 의료정책 반대 여론 형성 방법 △사직서 제출 및 해당 여론 조성 방법 △병무청장 발언 반박 논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게시물의 내용은 비대위에서 작성된 적이 없는 명백한 가짜뉴스이고 조작된 허위 문건"이라며 "해당 게시글의 게시자를 형사고소할 거고, 이를 통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 유포자는 의협의 이 같은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문건을 공개한 뒤 올린 또 다른 글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의심되면 고소해 달라. 명예훼손과 문서위조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유복하지 않다"며 "의협은 현재 어떠한 근거도 없이 해당 문서가 조작임을 주장하고 있는데, 수사해 보면 알게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누리꾼들의 문제제기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필수 전 회장이 물러난 뒤 비대위가 꾸려졌는데도 문건에 회장 직인이 찍힌 점에 대해 "비대위 체제 후에도 의협 홈페이지에서 총장(회장) 직인을 사용한 적이 있다"며 "제가 올린 문서는 비대위 산하 투쟁위원회의 비공개 문건이라 양식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7일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한 문건에 대한의사협회장 직인이 찍혀 있다. 의협은 이 문건이 조작됐다는 입장이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7일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한 문건에 대한의사협회장 직인이 찍혀 있다. 의협은 이 문건이 조작됐다는 입장이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그는 해당 문건에 의협이 공문에 사용해 온 문서 번호나 작성 날짜 등이 없는 데 대해선 "애초에 정식 문건이 아니고, 투쟁위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문서작성에 일정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투쟁위 일부 직원들에게만 지침사항 하달용으로 비공개로 전달되던 문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신원이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작성했다"며 "만약 수사가 진행된다면 어차피 제 신원이 밝혀질지도 모르겠으나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제 신원이 누출돼 가십거리가 되고 본질이 왜곡되는 것은 막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문건 자체가 날조인 데다 의대 정원 확대 사안과 관련해서는 비대위에 전권이 있어 회장 직인이 찍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필수 회장 사퇴 이후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전권을 비대위에 줬고, 회장 대행 체제는 통상적인 업무만 보고 있다"며 "다음 주 월요일 중 서울중앙지검에 사문서위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 혐의로 유포자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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