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동'은 보수, '항동'은 진보... 6070 늘어난 '구로갑'의 표심은[총선 풍향동]

입력
2024.03.12 13:00
수정
2024.03.12 15: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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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 구로갑
'보수' 수궁동 '진보' 항동… 향방 가를 듯
4년 전보다 노쇠해진 구로갑… 연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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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254개 지역구 의석 싸움이다. 하지만 각 지역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동(洞)’은 따로 있다. 이른바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풍향동'이다. 행정구역의 가장 작은 단위인 동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이다. 동의 유권자 구성이 달라지고 선거구 획정으로 일부 지역구의 경계가 바뀌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한국일보가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풍향동의 표심을 살펴봤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왼쪽),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DB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왼쪽),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일보DB

서울 구로구는 야당의 '텃밭'이란 인식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 서남권의 중심에서 진보정당 후보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곤 했다. 구로을이 그랬다. 반면 구로갑은 다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4차례 승리를 거뒀다. 이곳 현역인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전에는 오히려 보수세가 상당했던 셈이다.

4·10 총선에서는 5선에 도전하는 이 의원과 국민의힘 영입인재 호준석 전 YTN 앵커가 맞붙는다. '운동권 청산론'을 놓고 여야의 격돌이 예상되는 곳이다. 과거 선거결과와 인구분포를 감안했을 때 성패를 가를 '풍향동(洞)'으로 수궁동과 항동이 꼽힌다. 무엇보다 2020년 총선에 비해 고령 유권자가 늘어난 지역의 표심이 변수다.

수궁동은 보수성향, 항동은 진보성향이 완연한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 구로갑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0.1%포인트(53표) 차이로 근소하게 이겼다. 항동에서 큰 승리를 거둔 덕분이다. 구로갑의 다른 동에서는 500표 안팎의 접전이 펼쳐진 데 반해 수궁동과 항동에선 1,000표에 달하는 표 차이가 나면서 여야 후보의 희비가 엇갈렸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수궁동에서 1,131표, 이 대표는 항동에서 964표 앞섰다. 두 곳의 투표 결과를 합산하면 윤 대통령이 167표 이긴 셈이다. 하지만 다른 동에서의 격차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53표 차이로 졌다. 이번 총선이 지난 대선처럼 '접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각각 보수와 진보로 응집한 수궁동과 항동에서 여야 후보가 얼마나 몰표를 받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수궁동과 항동 유권자는 특성과 관심사도 서로 다르다. 진보세가 강한 항동의 경우 올 2월 말 기준 30대와 40대의 비중이 각각 23.3%, 26.5%로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달한다. 항동 주민의 평균 연령은 38.4세로 구로갑에서 가장 젊은 지역에 속한다. 구로갑 전체 평균(45.7세)과 차이가 크다.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지지세가 확연했던 '이대남'(20대 남성) 비율은 항동에서 6.2%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수궁동은 지역적 환경이 보수정당에 유리한 곳이다. 관내에 세종과학고, 서서울생활과학고, 서울공연예고 등 특수목적고와 우신고를 비롯한 여러 학교가 밀집해 있다.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브랜드' 아파트도 있다. 보수우위 지역의 전통적 패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궁동과 항동을 제외하면, 구로갑의 나머지 7개 동(고척1·2동, 오류1·2동, 개봉1·2·3동)은 대체로 서울 민심에 조응하는 경향성이 짙다.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하면서도, 선거에서 바람이 불 때면 그에 따라 민심이 이동하는 이른바 '스윙 동'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들 7개 동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2년 후 대선에선 국민의힘이 4개 동을 되찾았다.

구로갑은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연령대가 높은 편에 속한다. 평균 연령은 45.7세로 강북의 10여 개 지역구를 제외하곤 가장 연령대가 높다.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 유권자의 33.1%를 차지해 20·30대 인구(32.0%)보다 더 많다.

4년 전 총선 때는 달랐다. 2030세대가 유권자의 34.9%로 60대 이상 인구(28.7%)보다 6.2%포인트나 많았다. 40·50대 인구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고령화 흐름에 따른 것이긴 하나, 2030세대 인구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유권자가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aging effect)'가 이번 총선에서도 나타날 것인지, 구로갑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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