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고령의 햄스터, 배 안의 응어리와 피부 문제까지... 어떡하죠

입력
2024.03.14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나이 많은 3세 수컷 골든 햄스터를 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햄스터가 쳇바퀴를 타지 않고, 살이 찌는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났어요. 살펴보니 피부 상태도 나쁘고 뱃속에 종양 같은 무언가가 만져져서 사연을 보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햄스터 피부에 각질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살짝만 잡아당겨도 털과 각질이 같이 빠질 정도로 피부가 안 좋아졌습니다. 이런 피부 문제를 치료해야 할지,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두 번째 큰 문제는 배가 단단한 상태로 잔뜩 부풀었다는 것입니다. 배 안이 거무스름해 보이고, 배 전체가 응어리진 듯이 단단해요. 배가 부풀어서 걸을 때도 뒤뚱거립니다.

밥도 물도 잘 먹고 식탐도 많은데요. 건강하던 햄스터에게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나이가 많아서 스트레스 받을까봐 병원 가서 치료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입니다. 노령 햄스터를 위해 가정에서의 관리 방법은 없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2000년부터 23년째 특수동물(exotic animal) 진료를 전문적으로 보고 있는 아크리스동물의료센터 대표 원장 박천식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노령의 햄스터가 피부 문제와 복부 종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걱정하시는 보호자분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사연 속 햄스터에게 의심되는 질환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 및 관리하는 게 좋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세라면 이미 초고령 햄스터

먼저 햄스터의 평균 수명은 2~3세로, 사연 속 햄스터는 이미 평균 수명을 꽉 채운 노령입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질환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요. 햄스터는 자신이 아픈 티를 잘 내지 않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요. 때문에 보호자가 아픈 증상을 알았을 때는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일반적인 행동의 미묘한 작은 차이를 관찰해 주셔야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이번 사연자분은 다행히 햄스터의 이상 행동을 잘 관찰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연 속 햄스터가 언제부턴가 쳇바퀴를 타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행동이 변했다면 노화로 인해 관절 등에 퇴행성 문제가 생겨 통증을 느끼는 것인지, 복강 안에 종양이나 농양 등이 생겨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관절의 퇴화, 위장관의 영양분 흡수력 저하, 치아 질환, 대사 문제 및 호르몬성 질환, 근육량 소실, 체중 감소가 나타납니다. 그 결과 신체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죠. 때문에 병원에서 방사선 및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받아야, 햄스터를 어떻게 돌보는 것이 좋을지 알 수 있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배 안에 생긴 응어리의 정체

사연자 분이 햄스터 뱃속에 거무스름한 응어리가 느껴져서 걱정하셨는데요. 사진만 봐서는 정확히 설명드리기 어렵지만, 비장 종양이나 비장 종대(커진 상태) 또는 복강 안의 종양, 농양(농성 염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만약 햄스터가 통증을 느낀다면 잠을 잘 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몸을 쭉 펴고 자게 됩니다. 또한 걸음걸이는 배를 들고 약간 뒤뚱거리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연 속 햄스터가 노령이다 보니 병원에서 검진 후 수술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명확한 진단이 나온다면 약물 등을 통해 통증 없이 더 편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검진 후 종양 혹은 농양, 다른 장기의 이상이 진단되어도 3세라 고령이라 수술적 치료를 하기에는 많은 무리를 줄 것이므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피부 질환 문제

햄스터 피부에 비듬이 생기거나 털이 빠지는 탈모 증상 역시 원인이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곰팡이, 외부 기생충(옴, 모낭충증 등) 감염, 호르몬성, 영양불균형 문제 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병원에서 곰팡이성 피부병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은데요. 곰팡이 피부병 진단키트로 햄스터의 비듬과 털을 약 2주 정도 배양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거나 다른 원인에 의해서 면역이 떨어져 생긴 외부 기생충성 질환(진드기 감염증 등)은 동물병원에서 간단히 현미경으로 검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연 속 햄스터의 경우 앞서 설명드린 감염이나 호르몬성이 문제가 아니라면, 노화와 더불어 복강에 생긴 종양성 변화 때문에 영양분의 흡수가 비정상적이거나 대사 기능의 이상,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탈모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 후 피부 질환 원인을 파악하면, 정확한 치료 방법이나 보조적인 관리법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령 햄스터의 컨디션 문제로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는데요. 심하게 비듬이 생기고 탈모가 나타난다면 동물병원에서 피부를 소독하는 클로르헥시딘 소독약과 피부에 곰팡이나 세균 등을 억제해 주고 피부나 털의 재생을 돕는 연고(셀더마젤 등)를 처방받으셔서 집에서 사용해 보실 수도 있습니다.


집안에서의 관리 방법

나이가 많은 사연 속 햄스터에게 보호자분이 가정에서 해줄 수 있는 관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리고 건강할 때와 달리 노령의 햄스터에게 다음과 같은 관리를 해준다면 햄스터가 남은 삶을 보다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 적절한 환경 만들어 주기

물론 햄스터에게 잘 맞는 환경을 유지해주고 계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더위나 추위, 습도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보다 지내는 환경을 잘 유지해 주셔야 합니다. 너무 춥거나 덥지 않게 베딩이나, 담요 등의 용품을 적절히 배치해 주세요.

2. 치료제나 보조제 챙겨주기

사연 속 햄스터처럼 걸음걸이 이상, 쳇바퀴를 타지 않는 등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는 몸 어딘가에 통증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햄스터가 덜 아프게 생활할수록 치료제나 보조제 등을 챙겨주셔야 합니다. 햄스터 전용 종합 비타민제나 강아지 영양제 등을 병원에서 추천받아 체중에 맞게 급여해 주면 햄스터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3. 소화하기 쉬운 영양 흡수 관리

나이가 들수록 위장관의 흡수력이 떨어지거나, 치아가 약해져서 어릴 때 잘 먹던 음식을 나이 들어서 잘 먹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먹더라도 영양분 흡수가 되지 않아 살이 찌지 않고 몸이 마르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는 더 좋은 고품질의 햄스터 사료나 소화하기 좋은 음식(사료를 불려주는 등)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야 그나마 영양을 흡수하고 신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고령으로 아픈 곳이 많아 힘들어하는 햄스터의 사연을 살펴보았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몸에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보호자가 잘 케어해 주신다면 햄스터가 더 나은 삶을 지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크리스 동물의료센터 박천식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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