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커도 세계 1위… K콘텐츠 향한 국내외 온도차

입력
2024.03.20 10:30

'로기완'·'황야'…해외 시청자 호평 이끌어낸 작품들
리얼리즘의 벽에 갇힌 한국 시청자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황야' 스틸컷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황야' 스틸컷

K콘텐츠의 명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배우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전 세계의 유명 창작자들이 재밌게 본 K콘텐츠를 언급해 왔다. 넷플릭스 등 OTT는 한국 창작자들의 능력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도왔다. 시선을 모으는 점은 국내에서 호불호가 큰 작품조차 해외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송중기가 이끈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고 있으나 이 작품은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해외 관객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다.

'로기완'보다 이르게 대중을 만났던 넷플릭스 영화 '황야' 또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크게 대비됐던 작품이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동석 특유의 파워풀한 액션을 이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야' 역시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동시에 해외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주목하는 '현실성'

'경성크리처'는 국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작품이다. '경성크리처' 스틸컷

'경성크리처'는 국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작품이다. '경성크리처' 스틸컷

한국 시청자들에게 '좋은 작품'의 필수 조건은 이야기의 당위성이다. 볼거리가 많아도,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도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이 없다면 지적이 쏟아진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뚜렷한 매력으로 국내 시청자의 호평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 '로기완' '황야' 등은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었으나 인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판을 받았다. 장르물의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특히 큰 차이가 나는 반응을 얻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시청자들이 작품의 현실성에 특히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본지에 "우리나라는 리얼리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청자가 (드라마, 영화 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보다 완성도가 낮다는 결론에 다다르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기완'과 '경성크리처'도 리얼리즘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로기완'에 로맨스가 나오고, '경성크리처'에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한국 시청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중간에 해당되는 콘텐츠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작품을 한국에서는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리얼함만을 너무 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콘텐츠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장르물을 즐기는 방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물론 이 외에도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K콘텐츠가 국내 시청자에게 혹평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 관객들은 눈높이가 높기로 유명하다. 더욱이 모국어인 한국어로 진행되는 연기에 얼마나 깊은 감정이 들어갔는지를 두고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눈높이를 억지로 낮출 필요는 없지만 리얼리즘에 갇히지 않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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