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올해도 회계공시 결정… 18만 금속노조는 ‘거부’

입력
2024.03.18 18:00
수정
2024.03.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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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의원대회서 회계공시 거부안 표결 부결
표결 앞 "노조 탄압" vs "명분 약해" 찬반 팽팽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80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80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에 참여한다. 다만 민주노총 산하 산업별(산별) 노조인 금속노조는 회계공시 거부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금속노조가 회계공시를 거부하면서 다른 산별 노조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회계공시 거부안’을 투표에 부쳐 이같이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대의원 1,002명 중 493명이 회계공시 거부에 찬성했는데, 과반(502표)에 9표가 못 미쳐 거부안이 부결됐다.

표결을 앞두고 진행된 토론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회계공시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은 알지만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회계공시 결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공시를 거부하면 정부의 의도대로 민주노총의 고립과 내부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허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왜 노조에만 회계공시를 요구하느냐”며 “회계공시 요구는 노조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노조의 가계부 격인 회계공시를 밀어붙였다. 노동계는 ‘노조 개입’이라고 반발했지만, 정부가 회계공시를 거부하면 조합원에 주어지는 ‘조합비 15% 세액공제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나서면서 양대노총도 참여를 결정했다. 공시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739곳 가운데 금속노조를 포함해 675곳(91.3%)이 지난해 회계를 공시했다.

다만 금속노조는 올해 회계공시를 거부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노조 탄압 수단인 회계공시 거부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회계공시 거부를 결정했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 총연맹은 회계공시에 참여하지만 산별 노조의 회계공시 여부는 산별 노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 경우 회계를 공시하는 민주노총 총연맹과 다른 산별 노조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18만3,000여 명은 공제 혜택이 박탈된다. 현대차ㆍ기아차ㆍ대우조선 등이 속한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조합원 112만 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조직으로 꼽힌다. 금속노조가 세액공제를 포기하면서까지 대정부 강경 투쟁에 앞장서면서 다른 산별 노조가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와 미가맹전국통합건설노조 등이 '조직 내부 방침'을 이유로 공시를 거부했었다.

이번 회계공시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 중에선 대형노조인 보건의료노조(조합원 8만5,000명) 등 3곳이 공시를 마쳤다. 한국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계공시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회계공시를 거부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예고대로 세액공제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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