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전기 먹는 하마?...재생에너지·공정 혁신으로 극복 나선 SK하이닉스

입력
2024.04.04 0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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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앞장서 환경 리스크 줄여
국내 첫 RE100 가입...2022년 해외 재생E 100% 사용
온실가스감축 방안 찾는 탄소관리위원회 출범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반도체 제조시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반도체 제조시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예전에는 '산업의 쌀'로, 요즘에는 국가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천문학적 전력량, 그 전력을 만들면서 나오는 온실가스까지 합하면 다른 제조업보다 환경오염 정도가 결코 적지 않다.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반도체 제조시설을 동아시아에 몰아준 배경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업체들도 환경 보호에 사활을 건다. 애플 등 반도체 주요 고객사가 재생에너지를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 반도체를 만들라고 요구하면서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최근 "2040년까지 고객 업체를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납품받으려면 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하라는 압박이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탄소중립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환경 리스크를 줄여왔다. 2020년 11월 SK㈜, SK텔레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국내 기업 처음으로 RE100(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민간 캠페인)에 가입했다. 2022년 미국 산호세, 중국 우시 및 충칭 등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했고 같은 해 모든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을 29.6%로 끌어올렸다.



반도체 공정가스 대체 소재 찾아 온실가스 1만2000톤 줄여

SK하이닉스 제조시설 전경. SK하이닉스 뉴스룸 캡처

SK하이닉스 제조시설 전경. SK하이닉스 뉴스룸 캡처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공정 가스량을 줄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2030년 공정 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40%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식각 공정(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 등에 사용되는 각종 공정가스(과불화탄소‧PFCs,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화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는 수명이 길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지구 온난화 등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F에서는 공정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반도체 공정을 선별해 온실가스 배출 배출량이 적은 가스로 대체하거나 공정가스를 세정해 배출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 적용 중이다. 이런 활동으로 2022년 기준 전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만2,029톤(이산화탄소 환산톤 기준) 줄였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전력량을 줄이는 각종 방안을 개발해 온실가스 간접배출량도 줄이고 있다. 먼저 2022년 탄소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협력사와 함께 저전력 장비 '이너 히터(Inner Heater)'를 개발하고 반도체 공정에 도입했다. 이너 히터란 장비 배관 겉면에 달린 히터를 배관 안쪽에 넣는 기술로 배관 안에 불순물이 생기는 것을 줄임으로써 이전보다 50% 이상 높은 효율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장치다.

또 각종 인공지능(AI), 디지털(DT) 운영 시스템을 통해 불필요한 전력을 덜 쓰게 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냉동기, 외기조화기(OAC, Outside Air Conditioner), 폐열 회수 등 반도체 공장의 주요 설비의 최적의 운전 모델을 찾았다.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방식을 찾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2022년 142억 원어치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이런 노력으로 SK하이닉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간접배출량(Scope 1‧2) 기준 717만 톤으로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대비 21만 톤 줄어든 성과를 거뒀다.



저전력 반도체로 온실가스 감축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AI 데이터센터(IDC)에 쓰이는 반도체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IDC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도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IDC는 대량의 정보를 계산·저장하는 서버를 운용하는 곳으로 AI 서비스의 두뇌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2024년 전기 보고서’에서 2022년 전 세계 IDC에서 사용된 전력이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였지만 2026년에는 620~1,050TWh까지 불어날 거라고 예측했다. 이는 일본의 한 해 전력 수요에 맞먹는 규모다. 그만큼의 전력을 만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갈 가능성도 높다.

SK하이닉스는 IDC 증가로 발생하는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효율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 제품이 AI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세대를 거듭할수록 동일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HBM 에너지 효율 두 배 증가'라는 목표를 세워 전사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는 기존 2세대(HBM2)보다 에너지 효율을 1.28배 개선했다. 지난달 19일 세계 최초로 대규모 양산에 성공한 5세대(HBM3E)는 열 방출 성능을 이전 세대 제품 대비 10% 향상시켰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낸드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양산을 시작한 238단 4D 낸드는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성이 34% 향상되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50% 빨라졌다. 또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이 21% 줄어들어 회사는 전력 소모 절감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관련 시장이 개화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게 될 기업용 SSD 에너지 효율을 2030년까지 1.8배 증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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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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