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감세=코리아 디스카운트 핑계 '부자 감세' 되풀이

입력
2024.03.21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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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사주 소각 기업 법인세 완화
실패한 배당소득 세제 혜택도 검토
단기 주가 오르겠지만 시장 실패 우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꺼내 든 감세안을 두고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대기업 지배구조 등 기업 체질 개선에 눈감은 채 단기 주가 부양에만 나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세금까지 깎아 주며 밀어 올릴 주가 부양의 과실 역시 소수에게 쏠릴 가능성이 커 결국 ‘부자 감세’에 그칠 거라는 지적이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주주환원 확대 기업 세제 지원 방안’ 추진에 나섰다. 배당받은 주주가 내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도 마련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가진 자기 회사 주식을 없애는 것으로, 시중에 풀린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당 돌아가는 몫이 커지니 주주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밸류업 추진 방안의 당초 목적(기업가치 제고)이 아니라 엉뚱한 주가 높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의 탈을 쓴 주가 부양책”이라고 평했다.

실효성도 미지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 입장에선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이 받을 세금 감면 혜택보단,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 규모는 정부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자사주 맞교환은 대표적인 지배력 강화 수단이다.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해 서로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앞서 2022년 현대차는 KT와 7,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배당소득 세 부담 완화는 이미 한 번 우여곡절을 겪은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는 배당소득에 부과하는 세율을 5%포인트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해당 정책을 도입한 2014년 71.7%였던 상위 1% 배당소득 점유율이 75.2%(2016년)까지 뛰자, 문재인 정부 들어 폐기됐다.

어떤 방식으로 세제 혜택을 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정책 맥락이 비슷한 만큼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주식 투자하는 온 국민이 달콤한 과실을 맛볼 거라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소액 투자자인 개미보다 수십만 주를 굴리는 외국인‧기관투자자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시장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불과 몇 년 전에 폐기한 것과 유사한 정책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책이라고 또다시 주장한다면 어느 투자자가 믿겠냐”고 꼬집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기업 지배구조, 불투명한 회계 문제는 제쳐놓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번 정책은 재정 곳간은 비우고 이익은 대주주‧기관‧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이어서 경제 전체로 볼 때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수영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해지펀드 등이 들어와 단기적으론 주가 성적표가 좋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개미투자자마저 등을 돌리며 시장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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