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안 하면 직무유기"...민주당서 커지는 '탄핵'의 명암

입력
2024.03.21 15: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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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200석 만들면 탄핵 가능… 사유 많다"
곽상언 "탄핵 사유 충분한데 안 하면 직무유기"
조국혁신당 '3년 길다' '데드덕'에 선명성 경쟁
강성 발언, 박빙 지역구서 중도층 역풍 우려
지도부 "과도한 목표, 눈높이 안 맞다" 입단속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김교흥 인천 서구갑 후보, 정일영 인천 연수구을 후보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김교흥 인천 서구갑 후보, 정일영 인천 연수구을 후보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4·10 총선을 20일 남겨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으로 차별화가 필요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선택지이지만, 중도층 표심이 아직 유동적인 상황에서 섣부른 강경 발언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남 해남완도진도 민주당 후보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1일 CBS 라디오에서 "민주 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 200석을 만들면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며 대통령 탄핵을 공개 언급했다. 박 전 원장은 "탄핵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탄핵 사유는 지금도 많다"고 했다. 서울 종로에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도 가세했다. 곽 변호사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꼭 당선돼서 윤 대통령을 탄핵시켜 달라고 하는 분도 있다"며 “탄핵 사유가 충분한데 국회의원이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전날 인천에서도 김교흥(서구갑) 의원이 "인천 14석이 당선되면 우리가 200석을 당선시킬 수 있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국회 1당, 과반을 넘어 이제는 진보 진영 전체와 연합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고, 탄핵까지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의 의석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탄핵 목소리는 진보 진영에서 '메기' 역할을 하고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과 무관치 않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 3년은 너무 길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조국 대표는 "윤 정권의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히는 등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태도로 유권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8~2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비례 투표 의향이 19%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16%)보다 높게 나와 이런 경쟁은 선거 막판까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왼쪽)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해임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왼쪽)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이종섭 호주대사 해임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비례대표 선거에만 나서는 조국혁신당과의 경쟁뿐 아니라 국민의힘과 중도층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민주당에 '탄핵' 주장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탄핵은 가능 선이 국회 재적 3분의 2인 200석 이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200석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자칫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지지율 흐름이 주 단위로 바뀌는 박빙의 상황에서 섣부른 자신감은 여야 모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 지도부도 연일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상황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연이어 과도한 의석수를 자신하거나 과도한 정치적 목표를 제시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급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런 언급과 발언이 선거 전체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며 "정치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어려워지는 만큼 마지막까지 절실하게, 진중한 자세로 선거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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