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종섭 소환, 당분간 어렵다"... 총선 전 조사 어려울 듯

입력
2024.03.22 17:09
수정
2024.03.22 17:4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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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참고인 조사 등 충분치 않아"
첫 공식 입장... 李 "납득 안 돼" 반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해병대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당분간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소환조사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사가 귀국해 신속 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첫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4·10 총선 전까지 소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수사팀은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및 자료 분석이 끝나지 않은 점, 참고인 등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이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을 검토·평가하고, 변호인과의 협의를 거쳐 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전날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귀국했다. 그는 "체류 기간 공수처와 일정을 잘 조율해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7월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한 채모 상병 순직사건 결과를 보고받고 결재한 직후, 결정을 번복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그는 대사 부임 전인 이달 7일 공수처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이튿날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출국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 대사는 전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할 테니 소환해 달라"며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냈다. "(이 사건은) 고발내용 자체로 충분히 법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사는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빠른 소환을 요청했다.

이 대사가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시한은 4월 중순까지다. 이 대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출국금지를 몇 차례 연장하고 출금 해제에 반대의견까지 냈다고 하던데,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 돼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공수처는 압수물 선별 및 분석,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이 대사까지 연결된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그를 부를 방침이다. 소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여당이 바라는 총선 전 조사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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