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주엽 아들 농구부 선발 특혜 의혹까지... 학사개입으로 번지는 '휘문' 논란

입력
2024.03.25 04:30
수정
2024.03.25 17: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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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재단, 잇단 학사개입 의혹 제기]
휘문중 감독 "재단 사무국장이 입부 지시"
자녀 휘문중 배정도 재단 건물 전입 통해
이사장은 별도 학사개입 탓 교육청 경고

지난 15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중등부 남자 결승에서 휘문중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뒤 C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5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중등부 남자 결승에서 휘문중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뒤 C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현주엽(49) 휘문고 농구부 감독 두 자녀가 휘문중 농구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학교법인 휘문의숙(휘문재단) 고위관계자가 직접 지시했다는 내부자 증언이 나왔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재단이 개별 학교 권한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학사개입'에 해당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학사개입은 사립학교법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행위인데, 학사개입 발생 시 관할교육청이 재단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현 감독 논란과 별도로 휘문재단에선 다른 학사개입 사건이 발생해 지난해 말 서울교육청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현주엽 자녀 농구부 특혜 의혹

휘문중 농구부 감독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1시 55분 재단 사무국장과 통화한 기록. 독자 제공

휘문중 농구부 감독이 지난해 3월 3일 오후 1시 55분 재단 사무국장과 통화한 기록. 독자 제공

휘문중 농구부를 이끌고 있는 A 감독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휘문재단 사무국장 B씨로부터 지난해 3월 현 감독 아이에 관한 일로 호출을 당했다"면서 "사무국장은 '현주엽 교우의 아이가 운동을 하고 싶다니 받아야 하지 않겠나'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A 감독에 따르면, 재단 측이 현 감독 아들의 농구부 입부를 지시한 때는 지난해 3월 3일이다. 사무국장 B씨는 그날 오후 1시 55분 A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사무실로 올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B씨가 '휘문고 출신 농구스타이자 학부모였던 현 감독 자녀를 농구부에 입부시키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게 A 감독의 주장이다. 현 감독 자녀들은 각각 2022년과 지난해 선수 전형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과 같은 근거리 배정 방식으로 휘문중에 입학했다.

A 감독은 "이미 당시 휘문중 농구부 선수가 17명이었는데, 인원이 늘어날 경우 출전시간을 보장하기 어려워, 앞서 다른 선수의 입학을 거절한 상태였다"면서 현 감독 아들을 받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운동부 지도자로서 재단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4월에 치러진 입부 테스트는 '형식적 절차'였다는 것이 A 감독의 주장이다. 이후 휘문중 1·2학년에 재학 중이던 현 감독 자녀들은 5월 13일 농구부에 합류했다.

농구부 입부 특혜 의혹에 대해 현 감독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앞서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키도 크고 체육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아 지원했다"며 "일주일 이상 테스트를 거쳐 정상적으로 입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보가 당시 휘문중 체육교사 등 관련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현 감독 자녀들에게 농구부 입부 제안을 한 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사개입 위반 소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휘문고(왼쪽)와 W타워(오른쪽)가 울타리 하나를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이승엽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휘문고(왼쪽)와 W타워(오른쪽)가 울타리 하나를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이승엽 기자

문제는 이게 단순히 특정 학부모·학생에게 편의를 봐준 것에 그치지 않고, 사립학교법이 엄격하게 금지하는 사학재단의 학사개입(학습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학재단은 각급 학교를 설치·운영할 수 있지만,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학사에 관한 부분은 학교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사학재단의 학습권 침해는 교육청이 직권으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을 정도로 중한 사안이다. 교원의 자율성과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휘문재단이 현 감독 측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은 또 있다. 본보가 부동산업계와 휘문재단, 휘문중·고 쪽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현 감독의 자녀가 휘문중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말에 재단 소유 도시형생활주택에 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감독과 휘문재단은 2021년 10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의 더블유(W)타워 6층의 한 원룸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 계약기간 1년의 계약이었다. 해당 세대는 전용면적 28.50㎡(약 8.6평), 화장실이 딸린 원룸이다. 당시 현 감독이 직접 계약서에 서명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감독과 휘문재단의 임대차계약은 아들의 중학교 배정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당시 중학교 배정 원서 교부일은 11월 22일이었다. W타워는 휘문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면서 수익사업 허가를 받아 운동장 한쪽을 개발해 세운 건물이다. 학교와 바로 붙어 있어 근거리 배정 원칙상 '100% 휘문중에 배정된다'는 것이 주변 교육계·부동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현 감독 자녀는 이 계약 전까지는 휘문중에 배정되지 않는 경기 지역에 거주했다.

사학재단 업무 처리 과정을 잘 아는 이들 말을 종합하면, 재단 소유 건물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면 반드시 재단이사장 결재를 거쳐야 한다. 재단과 학교 측이 현 감독 측에 휘문중 배정을 위해 편의를 봐줬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 감독 소속사 관계자는 "실거주를 했던 만큼 위장전입 등 주민등록법 위반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부동산을 방문해 좋은 매물을 선택하는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 계약했다"며 "재단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 감독은 2022년 1월과 7월 휘문재단 발전기금에 2,0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현 감독 장남이 휘문중에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현 감독과 다른 농구부 관계자가 기부한 총 3,000만 원 중 2,000만 원은 휘문고로, 1,000만 원은 휘문중 발전기금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학부모의 학교발전기금 기부는 문제가 없으나 1년 뒤 현 감독의 자녀들이 휘문중 농구부에 입부하고, 지난해 현 감독이 휘문고 감독으로 선임된 것을 고려하면 대가성이 의심될 수 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이야기다. 법무법인 법승 안성훈 변호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청탁 정황이 입증된다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기금 의혹에 대해 현 감독은 "OB(휘문고 선배들)들이 계신 휘문농구회에서 조금 도움을 주면 어떠냐고 하시기에 영수증, 세금 문제 때문에 농구부에 직접 기부하지 않고 학교(재단)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6일 휘문중 농구부 학부모 14명이 학교에 제출한 탄원서. 독자 제공

지난 6일 휘문중 농구부 학부모 14명이 학교에 제출한 탄원서. 독자 제공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 감독은 또 다른 학사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재단 측은 자체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18일 A 감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재단이 지난달 중·고교 선수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접 전수조사를 벌여 3년 전 A 감독이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을 모아 직접 수서경찰서에 넘긴 것이다. 재단 조사에는 재단 직원과 변호사, 현 감독 등이 배석했다.

폭력 의혹에 대해 A 감독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조사 권한이 없는 재단이 현 감독 입회하에 조사했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A 감독은 학교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재단은 근로자에 대한 임용권 및 감사 권한이 없어, 이는 명백한 학사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휘문중 농구부 학부모들은 6일 학교를 방문해 "우리 감독님을 지켜달라"며 호소문을 전달했다. 학교 관계자들이 학부모들을 피하자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학부모들은 호소문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유를 들어 우승후보 감독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총 17가구의 학부모 중 14가구가 호소문 서명에 동참했다.

휘문재단선 이미 '학사개입' 발생

서울시교육청의 휘문고 감사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휘문고 감사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휘문재단의 학사개입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보 취재 결과 김정배(84) 휘문재단 이사장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사 교육청 경고 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 등을 통해 본보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휘문재단에 대한 민원감사 결과를 토대로 김 이사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22년 1학기에 휘문고 전교생에게 휘문의 '휘'(徽)자를 쓸 줄 알아야 한다며 연습을 시키고 학교로부터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 학생 교육권은 교사에게만 있는데, 재단이사장이 직접 학습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운동부 학생들을 격려한다면서 재단 돈이 아닌 학교 돈으로 회식비를 결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10일과 16일 휘문고 농구·야구부원과 학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비용 380만2,500원을 휘문고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재단 회계는 학교 회계와 구분돼야 한다. 규정에 따라서만 휘문고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돈이 이사장 재량으로 쓰인 것이다.

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이)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교육과정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게 깊게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회에 한해 이사장 김정배에게 경고 처분한다"며 "동일한 행태가 반복될 경우 임원취임승인취소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본보는 김 이사장과 재단 사무국장 B씨 등 휘문재단 관계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화·문자를 통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이들은 해명에 응하지 않았다.


※휘문재단의 인사 및 회계 관련 부당행위 의혹을 다룬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2024학년도 휘문고 학사자료집 가운데 교명 '휘'(徽)자를 연습할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돼 있다. 독자 제공

2024학년도 휘문고 학사자료집 가운데 교명 '휘'(徽)자를 연습할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돼 있다. 독자 제공



이승엽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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