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빠져 나가는데" 전북지역 청년 연령 높이 제각각... '정책 엇박자'

입력
2024.03.27 16:08

특별자치도, 18~45세 대폭 상향 검토
매년 1만 명 안팎 청년, 타지역 유출
20대 비율 가장 높아…특화 정책 없어
전문가 "고육지책, 선택과 집중해야"

전북도가 지난 26일 전북청년허브센터에서 청년 연령 상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전북도 제공

전북도가 지난 26일 전북청년허브센터에서 청년 연령 상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전북도 제공

"20대들이 가장 많이 빠져 나가는데, 청년 연령만 높인다고 인구 유출 문제가 해결되나요?"

27일 전북 정읍에서 청년 지원 사업을 하는 A(40) 씨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청년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전국 각 지자체가 하는 동일한 사업이 아닌 전북만의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전북만의 색깔이 없으면 청년은 매년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2017년 청년기본조례를 통해 청년 연령을 18~39세로 규정했다. 하지만 도는 지난 2020년 정부가 제정한 청년기본법 연령(19~34세)보다 지방이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극심하다며 청년 연령(18~45세) 재정립 논의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도내 14개 시·군별 청년 연령도 제각각이다. 전주·군산·익산·김제시는 18~39세이며, 정읍시와 완주·진안·고창·부안군은 18~45세, 남원시와 임실군은 19~45세, 무주·순창군은 18~49세, 장수는 15~49세로 범위가 넓다.

이처럼 국가, 지자체, 시·군별로 청년 연령이 다르다 보니 사업마다 자격 요건도 제각각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 정책 사업은 대부분 주거비·창업·문화예술 활동 지원, 각종 수당 지급 사업이 주를 이룬다. 전국적으로 사업 내용이 대동소이하나 수혜 대상 연령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매년 지자체별로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년 지원 사업을 시행하지만, 청년 주축인 20대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전북에서는 매년 1만 명 안팎의 20~39세 청년들이 빠져나간다. 2020년 1만 168명, 2021년 7,909명, 2022년 8,127명, 2023년 7,115명이 이탈했다. 또 연령대별로 20대는 22.6%, 30대는 10.8%로 나타났다.

도는 청년 연령을 높이면 사업 수혜 대상이 느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시 청년 인구만 17만여 명인데 사업 예산과 지원 대상은 한정돼 있다"며 "청년두배적금사업 지원 대상이 400명인데 2,400명이 몰렸고, 청년 연령이 높아지면 혜택 대상자가 느는 게 아니라 민원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장수군 관계자는 "청년 연령 상한을 49세까지 높였더니 지원 대상이 9%가 늘었다"며 "대부분 지원자가 20~30대가 아닌 40대이지만, 참여자의 폭을 넓혀서라도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도는 전북청년허브센터에서 청년연령상향 의견 수렴 공청회를 가졌다. 조례 개정을 위해 도내 시·군 담당자와 지역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으나 이 또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날 전북자치도가 청년을 붙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기보다 외형적으로 청년 인구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었다"면서 "시·군 청년 정책 담당자들의 의견만 확인한 자리여서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도는 추후 도민들을 대상으로 청년 연령 상향에 대한 여론 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이경한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청년 연령을 높이는 것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며 "지원 대상을 넓힐 게 아니라 오히려 좁혀야 하고, 사회에서 자립하는 데 도움이 가장 필요한 20~30대 청년의 지원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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