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500명 사망 아이티는 생지옥... 유엔 "국제사회 즉각 개입해야"

입력
2024.03.29 16:10
수정
2024.03.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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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통제하기 위해 성폭력 행사"
올해만 1554명 살해되는 등 폭력 번져

아이티 주민들이 지난 25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폭력으로 초토화 되어버린 한 차량 정비소 옆을 지나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주민들이 지난 25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폭력으로 초토화 되어버린 한 차량 정비소 옆을 지나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갱단 난립으로 극단적인 폭력 사태에 시달리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치안 상황을 담은 유엔 보고서가 발표됐다.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갱단이 무차별적으로 살인과 성폭행을 저지르며 주민들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아이티의 '대격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대담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이티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정부 수반을 맡은 아리엘 앙리 전 총리는 지난 11일 사임한 채 해외에 머물고 있다. 이달 초 국제사회에 안보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했다가 이에 반발한 갱단이 국립 교도소와 대통령궁 등을 습격하자 귀국하지 않고 망명한 것이다. 갱단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90% 이상을 장악했으며, 주요 공항과 항구, 산업 시설을 통제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독재 아래서 세력을 키웠고,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권력 공백을 틈타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유엔이 전한 참상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한다. 수많은 여성들은 남편이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후 성폭행을 당하고 잔혹하게 목숨을 잃는다. 일부 여성은 인질로 잡힌 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부모가 당한 참상을 목격한 아이들은 갱단의 협박을 받고 다른 이를 살해, 납치하는 조직원으로 키워진다. 탈출을 시도하면 처형당한다.

폭력은 점점 번지고 있다. 최근 3개월(1~3월)간 살해된 아이티인의 수(1,554명)는 지난해 전체(4,451명)의 35%에 달한다. 유엔은 "갱단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만들고, 처벌하고, 통제하기 위해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짚었다.

아이티 주민들이 지난 21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총격이 들리자 자세를 낮춘 채 대피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티 주민들이 지난 21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총격이 들리자 자세를 낮춘 채 대피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유엔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무기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티에 정기적으로 무기가 밀매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지상의 끔찍한 상황에도 무기가 쏟아져 들어온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유엔은 "국제적 안보 지원이 국가 시설을 지키는 데 필수"라면서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폭넓은 정책 역시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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