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보좌진 대거 해임"… 전황 악화에 내부도 뒤숭숭한 우크라이나

입력
2024.03.31 19: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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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최측근 등 30일에만 6명 해임
최근 대통령실·내각 줄줄이 인사 개편
"조금씩 후퇴할 수도"... 불안감 가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5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수석보좌관으로 임명한 세르히 셰피르와 함께 걷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5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수석보좌관으로 임명한 세르히 셰피르와 함께 걷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보좌진 6명을 대거 해임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인사 개편의 일환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 인사도 예고했다.

대통령의 임면권 행사가 문제는 아니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주요 인사가 줄줄이 교체되다 보니 우크라이나 내부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해임' 공지 도배된 대통령실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령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 최측근인 세르히 셰피르 대통령 제1보좌관이 해임됐다고 밝혔다. 프로듀서 출신인 셰피르는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2019년 5월)과 동시에 대통령실에 들어와 약 5년간 자리를 지켰던 핵심 측근이다.

3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세르히 셰피르 대통령 제1보좌관 등 6명의 인사가 전날 해임됐다는 공지가 올라와있다. 홈페이지 캡처

3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세르히 셰피르 대통령 제1보좌관 등 6명의 인사가 전날 해임됐다는 공지가 올라와있다. 홈페이지 캡처

이 밖에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게시된 해임 인사 명단에는 나탈리아 푸쉬카리오바 자원봉사위원장을 비롯해 알리오나 베르비츠카·미하일로 라두츠키·세르히 트로피모우·올렉 우스텐코 고문 등 5명이 추가로 포함됐다. 앞서 26일에는 안보·국방 사령탑인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보좌관이, 29일에는 올렉시 드니프로·안드리 스미르노우 대통령실 부국장이, 지난달 초에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해임되는 등 전방위적 인사 개편이 진행 중이다.

인사 교체 설명 함구 속... 전황 악화

그러나 인사 교체의 배경 및 방향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 저녁 연설에서도 "더 기능적인 정부가 되고 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결정도 많다"고만 말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 다닐로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인사를 둘러싸고는 '젤렌스키 대통령 및 최측근 인사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대규모 인사 교체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러시아와 소모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최근 추가로 영토를 빼앗기는 등 전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내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 지원이 없으면 우리는 전장에서 조금씩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600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통과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러시아 중서부 트베리주 토르조크에 있는 제344 항공인력배치·재훈련 센터를 방문해 헬리콥터 시뮬레이터 조종석에 앉아 있다. 토르조크=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러시아 중서부 트베리주 토르조크에 있는 제344 항공인력배치·재훈련 센터를 방문해 헬리콥터 시뮬레이터 조종석에 앉아 있다. 토르조크=AP 뉴시스


우크라 주변국 "전쟁 위기" 목소리 커져

전쟁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러시아는 줄곧 전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시작된 이래 지정학적 현실이 바뀌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도 바뀌었다"며 "우리에게는 새로운 실체가 된 4개 지역이 있고 이는 모두가 고려해야 할 새로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2022년 침공 후 러시아군이 장악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이 러시아 영토라고 재차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 침공 가능성에 대한 유럽의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영국 주재 대사들은 30일 공개된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3년 내 우리의 방위와 억지력에 대한 전략적 도전이 닥칠 수 있다'는 정보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일정을 확정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전날 독일 디벨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 전'에 있다는 사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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