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유치원 운영 고충 1위는 '유아 모집'

입력
2024.04.01 1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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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유아교육 실태조사>
81%가 "어렵다"... 42%는 "최대 애로점"
서너 배 많은 어린이집과 모집경쟁 우려
유보통합 부정 인식도 학부모보다 높아

지난 2월 15일 충북 청주시 행정초 병설 유치원 앞에 아기 신발이 놓여 있다.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인 행정초는 전교생이 37명뿐이다. 정다빈 기자

지난 2월 15일 충북 청주시 행정초 병설 유치원 앞에 아기 신발이 놓여 있다.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인 행정초는 전교생이 37명뿐이다. 정다빈 기자

유치원들이 호소하는 경영상 최대 고충은 유아 모집난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고착화로 유아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다. 유치원 원장과 교사는 유보통합(영유아 보육·교육 통합)에 학부모보다 강하게 반대했는데, 이 또한 어린이집과의 경쟁으로 유아 모집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실이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유아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1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교육부가 관련 정책 수립을 위해 유치원(원장)과 교사, 학부모를 상대로 5년 주기로 시행하며, 2017년 시범 조사를 거쳐 2022년 첫 본조사가 실시됐다. 2022년 조사에는 전국 유치원 2,041개(전체의 23%)와 교사 2,000명, 학부모 3,0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유치원 원장들은 '유치원 운영상 어려운 점 중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것'을 묻는 질문에 41.5%가 유아 모집을 꼽았다. 특히 읍면 지역(45.9%)이나 원생 50인 미만(47.9%)의 유치원은 유아 모집을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은 비율이 높았다. 2위는 행정·재정·회계 업무(30.6%)였다. 이어 방과후 과정 운영(4.3%), 급간식 운영(4%), 교직원 관리(3.5%), 원격수업 진행(2.3%), 보호자 상담(2%) 순이었다.

항목별로 봐도 유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유치원은 전체의 80.8%(다소 어려움+매우 어려움)로, 행정·재정·회계 업무(68.6%)나 원격수업 진행(64.9%) 등 차점 항목보다 한참 많았다.

유치원생 모집난은 저출산으로 유아 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저출산 추세로 유치원 원아는 2013년 65만8,188명에서 2023년 52만1,794명으로 2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 수도 8,678개에서 8,441개로 2.7% 줄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관계자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관계자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조사에서 유치원 원장과 교사는 학부모에 비해 유보통합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유보통합찬성도를 4점 척도(매우 부정적 1점-부정적 2점-긍정적 3점-매우 긍정적 4점)로 조사한 결과 유치원 원장의 찬성도는 평균 2.34점, 교사 찬성도는 2.15점이었다. 학부모 찬성도(2.83점)는 물론이고 만 3~5세 의무교육, 유치원 무상교육 등 다른 유아교육 정책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유치원 입장에서 유보통합으로 어린이집과의 구분이 사라지면, 그간 어린이집만 다닐 수 있었던 0~2세 영아를 새로 모집할 수 있긴 하지만 유치원보다 서너 배나 많은 어린이집과 원아 모집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편 '출발선의 평등'이라는 유보통합의 취지를 거슬러, 유치원 안에서도 공립·사립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학부모가 유치원에 별도로 내는 월평균 비용(교육비·방과후 수업비 등)은 17만2,000원으로 조사됐는데 공립은 5만2,000원, 사립은 22만4,000원으로 격차가 컸다. 맞벌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저녁돌봄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간은 공립유치원이 평균 오후 6시 49분, 사립이 오후 7시 20분이었다. 공립유치원의 99.2%는 통학버스에 차량탑승보조원이 동행하지만, 사립은 보조원 없이 교사가 동승하는 경우가 86.6%였다. 공립유치원 교사는 99.2%가 호봉제로 임금을 받는 반면, 사립유치원 교사는 그 비율이 38% 수준이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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