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 광주로 통폐합,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무색

입력
2024.04.01 18:20
수정
2024.04.02 08:05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 방침
전북도 대응 못했다는 지적도
도 "지사라도 만들어 달라 요청"

공무원연금공단 사무실. 연합뉴스 제공

공무원연금공단 사무실. 연합뉴스 제공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1일부터 광주광역시지부와 통폐합됐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했는데도 전북의 독자 권역화는커녕 광주에 예속되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광주지부로 통폐합되면서 지난달 말을 끝으로 운영이 종료됐다. 전북지부에는 지부장을 제외하고 직원 4명이 근무했으나, 이번 통폐합으로 직원 4명은 모두 광주로 이동했다. 기존 전북지부장은 제주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과거 대면으로 이뤄지던 업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민원 응대 역할이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며 "소규모 운영에 따른 기능 수행의 한계가 있었고 인력 운영 문제,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어려움이 있어 이를 해소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통폐합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광주 중심의 통폐합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호남을 관할하는 지방기관 13곳 중 10곳(검찰청·노동청·국세청·보훈청 등)은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개편된 반면 전북에는 3곳(익산지방국토관리청·전주 서부지방산림청·전북지방환경청)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전북지역 내에서는 국가예산·공공기관·대기업 유치가 최우선인 '전북 몫 찾기'를 위한 전북자치도 차원의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강태창 전북도의원은 "업무 효율성, 방문율 등으로만 따지면 전북은 광주·전남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연금공단 이전 결정이 지난해에 났는데 전북도에서는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관리해 온 도내 전·현직 공무원은 9만여 명에 이른다. 이번 공단 이전으로 이용자들의 불편도 예상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발급받지 못하는 서류가 있기도 하고, 대면 상담을 받으려면 광주까지 이동해야 해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인력 역외 유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전북도는 국민연금공단과 사학·공무원연금기관 등을 집적화해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받아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통폐합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선식 전북도 정책기획관은 "각종 기관 통폐합은 경제적 잣대가 아닌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를 원상 복귀하는 게 목표이지만 우선은 지부보다 한 단계 낮은 지사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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