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터지고 바닥 뚫린 통학버스… "세워 달라" 외쳐도 질주

입력
2024.04.02 11:32
수정
2024.04.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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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명 탄 백석대 통학버스
경부고속도로서 타이어 터져
기사 "일단 학교로" 운전 계속

1일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백석대 통학버스 뒷바퀴가 터지고 그 여파로 버스 바닥이 뚫린 모습. MBC 보도 화면 캡처

1일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백석대 통학버스 뒷바퀴가 터지고 그 여파로 버스 바닥이 뚫린 모습. MBC 보도 화면 캡처

수십 명의 대학생이 탄 통학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타이어가 터지고 바닥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 기사가 학생들의 정차 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주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1일 오전 8시쯤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천안요금소 인근을 지나던 백석대 통학버스의 뒷바퀴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타이어는 심하게 너덜거릴 정도로 파손됐다. 타이어가 터지면서 생긴 충격으로 버스 바닥에는 큰 구멍이 뚫렸다. 해당 버스에는 4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타이어가 터지고 구멍이 뚫렸지만 버스는 그대로 달렸다. 구멍을 통해 파편이 튀면서 버스에 탄 학생 3명이 팔과 다리에 열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추가 사고를 우려한 학생들은 운전석까지 가서 버스 기사에게 "일단 차를 멈춰 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학교로 가서 응급차를 부르겠다"며 차를 세우지 않고 10여 분간 더 도로를 내달렸다. 또 한 학생이 내리겠다고 하자 "학교 가는 게 먼저"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사고 차량에 탔던 학생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 학생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버스 내에 피 흘리며 다친 학생들도 있었는데 저게 무슨 판단이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간다"며 "수십 명의 사람 목숨보다 기사님 보험 비용이 더 소중했던 건가"라고 분노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기사가 학생들에게 '다 병원 갈 거냐. 버스(사고 난 차량) 타라'고 했다"며 "학생들이 '이걸 어떻게 타느냐'고 물었더니 '굴러는 간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백석대 측은 "용역을 준 버스 업체 소속 기사의 독단적 판단이었다"면서도 "당시 차량 통행이 많은 출근 시간이라 고속도로에 버스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저속운전으로 학교에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석대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다친 학생들은 학생처로 방문해달라고 공지했다.

사고 소식에 누리꾼들은 "평소 타이어 점검은 제대로 한 것이냐", "버스 부품 하나라도 못 버텼다간 더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 모르는데 안전 불감이 심각하다", "혼비백산한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됐어야 했다" 등 비판했다. 반면 "출근길 고속도로에 정차했다가 2차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학교로 가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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