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던 광주광역시… 9억 들여 열린 청사 조성 도마

입력
2024.04.02 16:24
수정
2024.04.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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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까지 시청사 안팎 새 단장
"불요불급 공사에 헛돈" 뒷말
"연가보상비 줄이는 판에…" 비판
市 "2년 전 편성한 예산 이월"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청사 앞 무궁화동산에서 진행된 열린 청사 조성 공사 모습.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청사 앞 무궁화동산에서 진행된 열린 청사 조성 공사 모습.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긴축 재정을 펼치고 있는 광주광역시가 9억 원을 들여 시청사 안팎에서 '열린 청사' 조성 공사를 벌여 도마에 올랐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불요불급한 공사에 왜 헛돈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는 2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조회에서 '시민이 머물고 싶은 열린 청사 조성 방안'을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광주시는 지난달부터 청사 앞 빛고을공원과 무궁화동산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청사' 조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시청 앞 도로 쪽 인도와 빛고을공원 등을 경계 짓던 어른 무릎 정도 높이의 석재 플랜트 박스를 철거했다. 또 빛고을공원 내 격자형 동선을 유도하는 기존 보도블록과 표지석 등 지장물도 뜯어냈다. 광주시는 이후 잔디를 깔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키로 했다. 광주시는 이들 공사에만 예산 5억 원을 책정했다.

광주시는 또 4억 원을 들여 시청사 1층 로비에 시민 편의 공간과 회의실, 24시간 무인 카페 등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로비 중앙에 있던 시민숲 북카페도 철거했다. 광주시는 6월까지 '이룸카페' 옆쪽에 시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조성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시침술(특정 지역에 자극을 줘 주변까지 되살리는 도시 재생 기법) 방법을 시청사에 적용해 비움과 개방을 통한 열린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광주시청 내부 행정포털시스템의 익명 게시판인 '열린 마음'에는 "과연 현재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의심스럽다. 세수가 부족할 때는 필수불가결한 사업을 제외하곤 소모성 경비나 반드시 필요 없는 사업을 하지 않는 건 불문가지다", "괜히 업자만 배부르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경계석(석재 플랜트 박스) 치운 공간이 시위에 최적화된 공간인 것 같다"는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특히 광주시가 4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가(年暇) 보상 일수를 12일에서 5일로 줄여 1억5,000만 원의 연가 보상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히자 "직원들에게 줄 돈은 줄이면서 당장 급하지도 않은 열린 청사 조성 공사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게 정상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광주시는 2022년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공모한 지방 재정의 숲 조성 사업의 대상지로 청사 앞 광장이 선정되면서 확보한 국비 1억 원에 2022~2023년 시비 8억 원을 더해 열린 청사 조성 사업 재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열린 청사 조성 공사에 투입된 예산은 2년 전부터 편성됐다가 이월된 것이란 얘기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가 돈도 없으면서 무슨 열린 청사 조성 공사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며 "그러나 열린 청사 조성 사업 예산은 작년과 재작년에 편성했던 것을 이월해 집행한 것인 데다, 이미 설계 용역비로 일부가 사용된 터라 사업 취소 시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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