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주노총 탈퇴 강요' 허영인 SPC 회장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24.04.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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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탈퇴 종용·인사 불이익 혐의
"범죄 중대성, 증거 인멸 등 고려"
'4차례 소환 불응' 뒤 체포도 반영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시스

검찰이 3일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5) SPC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임삼빈)는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허 회장에 대한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후구속영장은 이미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영장이다. 앞서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일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허 회장을 체포해 조사했다. 영장에 의해 체포하면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를 감안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9월까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서 탈퇴하라고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에게는 노조 탈퇴를 거부하는 노조원들을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게 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재복 SPC 대표는 노조 탈퇴 종용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그간 검찰의 소환에 잇달아 불응해 체포 및 구속영장 청구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18, 19, 21일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에 업무와 건강 문제 등을 들어 불응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조사를 받았지만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돌아가 조사는 1시간 만에 중단됐다. 허 회장은 이달 1일 소환 요구에 출석하는 대신 의료진 소견서를 제출하고 응하지 않다가 결국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의해 검찰청으로 압송됐다.

검찰은 허 회장이 본인 배임 혐의 수사 당시 SPC 임원이 수사기록을 건네받는 대가로 검찰 수사관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백모 SPC 전무와 공모해 허 회장 사건 담당부서에서 근무하던 검찰수사관 김모씨에게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 등 각종 수사정보를 받고, 623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 회장이 이런 정황을 황 대표로부터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준규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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