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내걸고 새 판 짜는 한미약품그룹... 외부 자금 수혈하나

입력
2024.04.04 18:12
수정
2024.04.04 1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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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영권 분쟁 종결 후 첫 이사회
차남 임종훈-모친 송영숙 공동대표
한미약품 주총서 장남 대표 오를 듯
글로벌 사모펀드에 지분매각설 부각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차남 임종훈 이사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올라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모녀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장·차남이 화합의 제스처를 보였고, 일단 송 회장 측이 이에 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추가 지분 확보, 신사업 투자 유치,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목적으로 한 외부 투자금 유치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미사이언스는 4일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사내이사를 송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차남을 포함한 이사진이 구성된 지 일주일 만이다. 주총 다음 날부터 장·차남은 송 회장 측과 접촉해 화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 형제 측 이사진이 다수라 형제 중 한 명이 단독 대표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창업주 일가가 갈등 봉합을 위해 공동대표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27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156만 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한미약품 등 그룹 경영진 개편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임 이사를 포함해 새로운 이사진을 짤 예정이다. 신규 이사로는 주총 표 대결에서 장·차남의 '백기사'가 돼준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비롯한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서정진 마크로젠 회장, 이관순 지아이디파트너스 대표 등이 거론된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한미그룹은 주주와 임직원, 고객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이라며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NEW(뉴) 한미’의 새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 임종윤(왼쪽)·종훈 형제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제공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 임종윤(왼쪽)·종훈 형제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제공

다만, 장·차남 측은 이번 공동대표 체제에 '임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추후 재차 조직 개편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 셈이다. 관건은 외부 자금 수혈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장·차남 측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지분 매각을 두고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과반 지분 확보, 공약으로 내건 신사업을 위한 1조 원 이상의 투자 유치,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이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을 추진했던 OCI와 달리 KKR은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장·차남과 그들의 친족, 신 회장은 물론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도 대상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장·차남 측은 “상속세를 위한 지분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KKR과 같은 외부 기관을 통해 대주주 지분 투자, 공동 경영, 조건부 경영권 매각 등과 같은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특히 주총 전 해외 펀드 매각에 반대했던 송 회장 측이 공동대표를 유지한 것을 두고, 외부 자금 수혈이 근접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장·차남 측 관계자는 "관여한 기업들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이미 7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했으며 ,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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