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왜 빼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징계에 아베파 반발

입력
2024.04.04 1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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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39명 징계 결정
"불투명, 불공평하게 결정" 반발 터져
'총재 선거' 의식했나… 처벌 기준 논란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 도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 도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집권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자민당 최대 계파이자 비자금 조성 규모가 가장 큰 아베파·니카이파 핵심 인사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10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여당 발목을 잡아 온 비자금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 자신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해 당내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파 갈등'으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징계받은 시오노야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당기위원회(규율위원회)를 열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82명 중 39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앞서 검찰 수사 결과 아베파와 니카이파 등 자민당 일부 계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개최하면서 할당량 이상의 '파티권'을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징계 대상은 2018~2022년 파티 초과분을 돌려받은 뒤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이 500만 엔(약 4,400만 원) 이상인 의원들이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2월 29일 중의원(하원) 정치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2월 29일 중의원(하원) 정치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 핵심 간부들은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아베파 좌장이었던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전 참의원 간사장에게는 '탈당 권고'가 내려졌다. 탈당 권고는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징계다.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명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장관과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장관, 아베파 해산 직전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은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당원 자격 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징계 기간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아베파의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니카이파 사무총장을 맡은 다케다 료타 전 총무장관은 1년간 '당직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밖의 의원들은 기재하지 않은 금액 규모에 따라 직책 정지나 경고를 받았다.

중징계 피한 하기우다 "스가와 관계 좋은 편"

그러나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기시다파도 소규모이지만 스캔들에 연루됐는데, 수장인 기시다 총리가 '경고'조차 받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총리뿐 아니라 기시다파 의원들이 징계 대상에서 빠지면서 '솜방망이 처벌', '꼬리 자르기'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징계를 받은 39명 중 36명이 아베파 소속이며, 3명은 니카이파 의원들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징계가 쏠린) 아베파와 니카이파를 중심으로 당내에서 징계에 대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탈당 권고를 받은 시오노야 전 장관은 당에 제출한 의견서에 "(기시다 총리도) 도의적,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며 "총재(기시다 총리)를 포함해 당 소수 간부에 의해 불공평하고 불투명하게 결정됐다"고 문제 삼았다.

징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자민당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자 미기재 금액이 세 번째로 큰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은 '1년 당 직무 정지'로 중징계는 피했다. 아사히신문은 당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하기우다 전 정조회장은 아소 총리와 거리를 두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관계가 양호하다"며 "기시다 총리가 9월 총재 선거를 앞두고 하기우다를 끌어안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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