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 허영인 SPC 회장 구속

입력
2024.04.05 02:20
수정
2024.04.05 15:4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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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거 인멸 염려" 영장 발부
'수사정보 유출' 수사도 탄력 전망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시스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남천규 부장판사는 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한 허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튿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SPC그룹의 자회사인 PB파트너즈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서 탈퇴하라고 종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 탈퇴를 거부한 노조원들에게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도 있다. 허 회장 측은 영장심사에서 노조 탄압 의혹을 황재복 SPC 대표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책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앞선 검찰 소환에 잇달아 불응하면서 구속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 19, 21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업무 및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응하지 않다가 같은 달 25일에서야 소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도 조사 시작 1시간 만에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그에게 1일 재차 소환을 통보했으나, 의료진 소견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2일 허 회장을 체포해 압송한 뒤 조사했다.

검찰은 허 회장을 상대로 노조법 위반 혐의는 물론, 본인 배임 혐의 수사 당시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수사보고서 등을 제공받은 대가로 향응 및 금품을 제공하는 데 관여한 정황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구속기소된 황 대표는 허 회장을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백모 SPC 전무와 공모해 허 회장의 배임 등 사건을 담당한 부서에서 근무한 검찰수사관 김모씨에게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점 등 각종 수사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623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 회장이 황 대표로부터 이런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등을 확인한 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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