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떨리고, 몸이 뻣뻣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데…

입력
2024.04.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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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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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나 발이 떨린다’ ‘몸이 뻣뻣해진다(경직)’ ‘행동이 느려진다(운동 완만)’.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3대 신경계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몸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세포가 변성돼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분비하는 뇌세포가 점점 줄면서 몸 움직임에 이상이 발생한다.

퇴행성 신경계 뇌 질환 중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다. 초기에는 말·행동이 느려지고 손 떨림 현상을 겪는다. 평균 발병 나이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정도이며,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다. 65세 이상 고령인 가운데 1% 정도가 파킨슨병에 노출된다.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파킨슨병 주요 증상. 서울대병원 제공

파킨슨병 주요 증상. 서울대병원 제공

-발병 원인과 증상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 원인은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10% 미만이다. 대부분 환자는 가족력 및 뚜렷한 유전자 이상 없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주요 증상으로는 서동(徐動·움직임이 느려짐), 떨림, 근육 강직 등 3가지다. ①서동은 천천히 진행하므로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도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서동이 심해지면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지며 보행장애·중심 잡기 어려움·얼굴 표정 감소 등이 나타난다.

②떨림은 환자가 몸에 힘을 빼고 있을 때 주로 나타나며, 자발적인 운동을 하면 없어지거나 감소한다. 주로 한쪽 손에서 먼저 나타나며, 손으로 알약을 빚거나 동전을 세는 듯한 모양의 떨림을 보인다. 하지만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서 떨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

③강직은 근육이 뻣뻣해지는 증상이다. 팔을 펴려고 할 때 일부러 안 펼쳐지게 하려고 힘을 주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 전형적인 환자라면 팔을 굽힐 때 마치 납으로 만든 파이프를 굽히는 것 같다. 천천히 굽히면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오는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톱니바퀴성 강직’이라고 한다.

이 밖에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보행 동결, 배뇨 장애, 변비, 성 기능 이상, 기립성 저혈압, 후각 소실, 정서적 장애, 수면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많다. 잠꼬대, 우울감, 후각 저하, 변비 등이 먼저 나타나거나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고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어깨 통증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고, 글씨를 쓸 때 글자 크기가 점차 작아지거나 말할 때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뇌심부자극술. 서울대병원 제공

뇌심부자극술. 서울대병원 제공

-진단과 검사를 어떻게 시행하나.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파킨슨병 증상의 여부를 판단하고 진단한다. 파킨슨병은 뇌 질환이지만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병 진단을 위해서라기 보다 파킨슨병과 비슷한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다.

베타 CIT라는 특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시행하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파킨슨병 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파킨슨병은 뇌에 도파민이 부족해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에는 도파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복용 후 뇌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도파민이 되는 ‘레보도파’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사용한다. 도파민은 의 기저핵에 작용해 몸 움직임을 정교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다만 레보도파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 10명 중 4명이 4~5년 후 ‘약효 소진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효 소진은 약을 먹은 뒤 다음 약을 먹을 때까지 약효가 유지되지 않고 약 기운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또한 약물 농도가 높으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지거나 팔다리가 꼬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레보도파 유발성 이상 운동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효 소진 현상과 이상 운동증은 환자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약을 조절해야 한다.

약 조절로도 약효 소진 현상과 이상 운동증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DBS)을 고려할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미세한 전극을 뇌 깊은 핵 부위에 위치시켜 신경세포들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약효 소진 현상과 이상 운동증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약의 용량도 많이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아직까지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세포의 소실을 중단 또는 늦추는 치료법은 없지만 치료법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파킨슨병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치료법을 바꿔야 하므로 신경과 전문의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하고 현재 상태에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한준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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