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덜 팔리는데도...LG전자 1분기 최대 매출액 올린 비결은 구독과 B2B

입력
2024.04.05 20: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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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잠정실적 발표
1분기 영업이익 5년 연속 1조 원 넘어
플랫폼 전환·B2B 사업 성장 등 지속
메타와 XR 협력도 기대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중장기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중장기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생활 가전과 TV 등 전통적 의미의 전자기기 수요가 둔화하는 흐름 속에서 LG전자가 사업의 틀을 구독과 플랫폼, 기업간거래(B2B)로 전환하며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LG전자가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 매출 21조959억 원, 영업이익 1조3,3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3% 늘어나 역대 1분기 중 최대다. 영업이익은 11% 감소했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5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다.

시장의 예측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LG전자의 1분기 매출액을 4% 오른 21조2,500억 원, 영업이익은 14% 감소한 1조2,800억 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잠정 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알리지 않지만 SK증권은 이날 "가전의 보급형 라인업 강화, 전장(電裝·자동차 전자장치)의 대규모 수주잔고 효과,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 회복 등으로 전체 사업부의 매출이 선전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주력 제품인 생활 가전과 TV 등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성장성이 낮다고 평가되면서 이미 시장에 풀린 가전과 TV 생태계를 활용한 구독·플랫폼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조금씩 옮기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LG전자를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TV와 가전의 판매 성장 전망이 낮으나 콘텐츠·서비스의 매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부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B2B 사업도 긍정적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이라는 시장 유행에 맞춰 냉난방공조(HVAC) 사업 규모를 불렸다.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효자 사업'이 된 전장 사업도 그동안 확보해 온 수주 잔고가 매출로 환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전장 사업의 수주 잔고는 올해 상반기 1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규 사업인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경우 올해 초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LG전자를 방문해 조 사장과 만난 것을 계기로 LG전자가 메타와 손잡고 올해 중 확장현실(XR) 기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XR 시장이 ①애플과 디즈니, ②구글과 삼성전자, ③메타와 LG전자, ④중화권 업체 등 4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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