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신중지’ 이슈에 신중론… “각 주가 결정해야”

입력
2024.04.09 01:24
수정
2024.04.0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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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후 처음 구체적 발언
바이든 "지옥 같은 상황 만든 본인 자랑"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임신중지(낙태) 문제에 대해 각 주(州)가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9년간 전국 단위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해 온 ‘로 대 웨이드’ 판례가 2년 전 폐기된 이후 해당 이슈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기반인 극우 진영의 요구인 ‘임신중지 전면 금지’를 거의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중론’을 편 셈이다.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중지 문제와 관련,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것이고,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률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임신중지가 금지되는) 주수(週數)는 각 주마다 다를 것이고, 이는 시민의 의지와 관련돼 있다”며 “여러분은 마음이나 종교, 신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 위험 등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전국 단위의 임신중지 문제에 대해선 함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동안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전력에 비춰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민 정책이나 무역·통상, 안보 등 다른 정책을 두고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거침없이 피력했던 모습과는 대비된다는 얘기다. 임신중지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 그만큼 첨예한 대립을 빚는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트럼프의 발언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뒤,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두고 공화당원들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 준다”고 짚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임신중지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했으나, ‘보수 우위’ 구도가 된 2022년 6월 이를 폐기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지금까지도 격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올해 대선에서도 핵심 정책 이슈로 부상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인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신중지 문제에 대한 공화당 입장을 비판하며 ‘로 대 웨이드’ 판례 복원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사실상) 미국의 모든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는 것을 지지하고 있고, 이러한 지옥 같은 상황을 만든 자신의 역할을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정반대지만 ‘임신중지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도 “트럼프의 (신중한) 입장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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