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행 향한 기재부 관료들의 거센 도전...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24.04.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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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출신 총선 출마자 12명
"경제 전문성 살려 법안 추진 가능"
"지역 챙기다 입성... 소신 발언은 못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국회의원이 착용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국회의원이 착용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2대 총선에서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 관료들의 도전이 거세다. 경제정책 이해도가 높고 전문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이들의 여의도행은 기대감을 높이지만, 이런 장점이 되레 경제정책 추진과 예산 편성에서 기재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재부가 이번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12명 중 몇 명이나 당선될까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선 레이스에 참가한 기재부 출신 후보는 총 12명이다. 우선 국민의힘에서는 7명이 공천을 받았다. 면면은 화려하다. 직전까지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대구 달성군)은 3선에 도전한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수원병),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강원 원주을), 역시 2차관을 지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부산 북을), 박수민 전 국장(서울 강남을), 이종욱 전 기획조정실장(경남 창원진해) 등도 공천을 통과해 지역구에서 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안도걸 전 2차관(광주 동남을), 조인철 전 총사업비관리과장(광주 서갑)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최경환 전 부총리(경북 경산), 권오봉 전 재정정책국장(전남 여수을), 김병규 전 세제실장(경남 진주을) 등 거물급 경제 관료들도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마냥 우군? 부담스럽기도 한 경제 관료

'경제 관료' 출신 의원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우선 경제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이 많아지는 만큼, 경제 법안을 추진하기가 수월해진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확대 등 잇따라 주요 감세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재부는 7월 말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따른 예산안 편성에서도 '금고 지기' 역할을 했던 예산실 출신 의원들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할 경우 이를 추진하는 기재부와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안 처리할 때 이해도가 높고 의원입법 하기도 수월하다"며 "원내에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야당의 반대도 기재부 출신 야당 의원을 통해 설득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경제 관료 출신들의 전문성이 기재부에 가혹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예산실 출신 의원들은 본인의 지역구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잖아 방어하기 쉽지 않고, 국정감사 자료 요구나 질의 등에서도 까다로워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산이 어떻게 짜이는지, 정책 완성도가 어떠한지 등을 잘 아는 선배들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 자처했지만 아무 말도 못해"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기재부 안팎에서 경제 관료 출신 의원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역대 정부는 특히 기재부 예산실을 지지 지역 출신 인물로 앉히는 '지역주의 인사'를 펴온 것이 불문율이었다. 실제 예산실장부터 국장급, 과장급 30여 명 중 대부분이 한 지역 출신 인물들로 채워지기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 관료 출신 의원들은 물론, 이번 총선 출마자 중에도 예산실 근무 이력이 있는 인물이 상당수라는 점은 결국 지역 예산과 현안을 챙겨주다 금배지를 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재부 출신 의원들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국회에서의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 의원일 때는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에 맞추기에 급급하고, 야당 의원일 때는 무조건 반대하는 말 그대로 '정당인'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다. 여야를 막론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 등 재정준칙을 허무는 일을 막기는커녕 이에 동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의 이름을 걸고 '이건 아니지 않냐'는 소신발언 한 번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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