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요철”→“추가 진전 부족”… ‘끈적한 인플레’ 인정한 파월

입력
2024.04.17 07:50
수정
2024.04.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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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의장, 금리 인하 연기 시사
고물가·고성장 지표에 입장 선회
매파 발언에 미 국채수익률 급등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까지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하 시점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경제 관련 미국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 시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해 현재까지 (전년 대비) 2%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 진전이 부족(lack of further progress)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 정책 수준을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5.25∼5.50%인 현 기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으로 낙관했다. 지난달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더 큰 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말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했다. 최근까지도 “요즘 물가 지표가 단순한 요철(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입장 선회의 핵심 배경은 예상을 뛰어넘은 1분기 물가 지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3개월 연속으로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타난 뒤 연준 전망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중동 긴장 수위가 더 고조됐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유가 상승 우려마저 커졌다.

연내 3회 금리 인하는 사실상 무망해지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금리 인하가 한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가장 많았다. 올해 금리 인하가 가능해도 연말에나 시작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블룸버그통신)까지 나온다.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이날 매파 성향(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뉴욕 증시는 움츠러들었다.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장 대비 10.41포인트(-0.21%) 내린 5,051.41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국채 수익률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장중 한때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5%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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