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뒤 동선 숨긴 20대 공무원, 벌금 2000만 원 확정

입력
2024.04.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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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감염 발생한 곳 방문 사실 숨겨
1심, 감염병예방법 벌금 상한액 선고
"국가적 노력 도외시" 대법에서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지 방문 사실을 숨긴 20대 공무원에게 수천만 원대 벌금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1~12월 종교시설인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와 대전의 한 교회에 다녀왔지만, 역학조사 담당자에게 동선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는 정부가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방문자 동선 추적에 집중하던 때였다. 그는 2021년 1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역학조사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숨기면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 원에 처해진다.

1심은 A씨에게 벌금액 상한인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가 금세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국민적 노력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 A씨는 자신을 조사한 공무원이 정식 역학조사관이 아니고, 확진 14일 이전 동선에 대한 조사는 역학조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전화조사를 실시한 것도 문제 삼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물리쳤다. 담당자는 역학조사반원으로 적법한 조사자격을 갖고 있었고, 필요한 범위에서 14일보다 더 넓은 범위로 조사할 수 있다고 봤다. 형량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행정권한의 내부위임 및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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