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일본 정부 겨냥 중국 법원에 첫 배상 청구

입력
2024.04.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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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송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 깨달았다"

홍콩 주재 일본영사관 건물이 있는 육교 위에 설치된 2개의 소녀상. 2개의 소녀상은 각각 한국인과 중국인 위안부를 상징한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주재 일본영사관 건물이 있는 육교 위에 설치된 2개의 소녀상. 2개의 소녀상은 각각 한국인과 중국인 위안부를 상징한다. 홍콩=AP 연합뉴스


중국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손들이 일본 정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중국 법원에 제출했다.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중국신문망이 19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완모의 입양딸 리모를 포함한 18명의 위안부 피해자 후손들은 지난 10일 산시성 고등인민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일본군의 납치·구금·강간·구타 등 국가 차원의 심각한 불법 범죄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학대·고문·질병 전염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개 사과와 각 피해자에 대한 200만 위안(약 3억8,000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앞서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2년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범죄 행위 공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5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2007년 일본 사법부는 중국인 위안부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개 사과와 금전적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1980년대부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장솽빙이 10여 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주도했다. 장은 중국신문망에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보면서 우리도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 정의를 구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1월 위안부 피해자 12명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일본 정부가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면서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해 4월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1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1심 소송에서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을 각하했지만, 지난해 열린 항소심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일본 정부는 "국가면제 원칙상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한국 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면제'는 특정 국가의 사법부가 제3국 정부를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행위는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여기는 국제적 관습법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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