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초청 건강상 이유로 사양..."총선 책임론 갈등" 시각도

입력
2024.04.22 04:30
1면
구독

다른 비대위원들도 초청 못 받은 듯
홍준표의 잇따른 한동훈 책임론에
김영우는 윤 책임론으로 한동훈 엄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했지만 불발됐다.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양하면서다. 다만 4·10총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 전 위원장과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에게 오찬을 제안했다. 한 전 위원장은 초청 경위를 묻는 한국일보 질문에 "지난 금요일(19일) 오후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 묻는 대통령 비서실장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윤재옥 권한대행도 이날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사양해 오찬은 불발됐다. 그는 한국일보에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이 비서실장을 통해)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과 함께 활동한 비상대책위원 전원을 초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고사하면서 다른 비대위원들에 대한 초청도 불투명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장동혁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복수의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후까지 "대통령실의 초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대구 북구 대구EXCO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尹, '한동훈 책임론' 제기한 홍준표와 먼저 만찬

오찬 불발에는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에서 총선 참패 원인을 두고 윤 대통령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와 한 전 위원장 잘못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실제 선거 직후부터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을 연신 외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도 주장한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초청하기에 앞서 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먼저 장시간 만찬을 하며 내각과 참모진 개편 등 국정 현안을 논의한 것을 두고 미묘한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배신 프레임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정면 반박했다.

김영우 "한동훈 지원유세가 보수 자포자기 막아"

반대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갑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3선 출신의 김영우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이날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한) 연판장으로 엉망이었던 전당대회와 비정상적인 강서구청장 공천과 선거 참패,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대 정원 논란과 이종섭, 황상무 사건은 가히 놀라웠다"며 "그래도 한 전 위원장의 지원 유세로 소위 보수층의 자포자기와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비례대표 공천 잡음에 이어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신구 권력 갈등이 진행형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이성택 기자
김현빈 기자
나광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