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계약, 탈취 계획은 농담?...하이브, 민희진 기자회견에 답했다

입력
2024.04.26 17:47

민희진 어도어 대표, 25일 긴급 기자회견서 '경영권 탈취 의혹' 반박
하이브 "경영권 탈취 논의, 구체적"...주주간계약 내용 일부 공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 등에 정면 반박한 가운데, 하이브가 민 대표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 등에 정면 반박한 가운데, 하이브가 민 대표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박시몬 기자 simon@hankookilbo.com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 등에 정면 반박한 가운데, 하이브가 논란이 된 민 대표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하이브는 26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들에 대해 주주가치와 IP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말씀드리고자 한다"라며 장문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하이브는 지난 25일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 중 12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입장문에서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가 단순한 사담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된 주주간계약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① 경영권 탈취 관련 대화, 농담·사담이었다?

먼저 하이브는 '경영권 탈취 관련 대화는 농담, 사담이었다'라는 민 대표의 주장에 대해 "여러 달에 걸쳐 동일한 목적 하에 논의가 진행되어 온 기록이 대화록, 업무일지에 남아 있다"라며 "긴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제 3자의 개입이 동반되면 더 이상 사담이 아니라 계획과 이에 대한 실행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대화를 나눈 상대인 부대표는 공인회계사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이브의 상장 업무와 다수의 M&A를 진행한 인물이자 회사의 재무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어도어의 핵심 경영진"이라고 강조한 하이브는 "이런 부대표가 대표이사(민희진)의 발언을 업무일지에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고 적기도 했다. 결코 농담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가 부대표에게 '이건 사담 한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라고 지시한 기록까지 있다고 주장한 하이브는 "이미 풋옵션 행사로 획득할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행동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권리침해소송, 투자사, 여론전 등의 용어가 적시된 문건이 여러건 발견된 것을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② 지난해 인센티브 20억, 금전적 보상이 적었다?

앞서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지난해 인센티브가 20억 원이었다고 밝힌 바, 하이브는 "지난해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연봉과 장기인센티브는 별도로 책정돼 있다"라며 "이는 하이브 본사 및 한국 자회사 구성원 가운데 압도적인 연봉 순위 1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이브는 연봉 외에도 막대한 주식보상을 제공했다. 주식의 가치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큰 액수"라며 "그런데도 민 대표는 회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액수를 다시 제시하며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당사는 이런 과정이 경영권 독립의 명분쌓기라고 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③ 하이브, 내부고발 메일에 답변 없이 바로 감사 시작했다?

하이브는 자신의 내부고발 메일에 별도의 답변 없이 돌연 감사가 시작됐다는 민 대표의 주장도 반박했다.

하이브는 "당사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1분에 A4 6장짜리 분량의 상세한 답변을 보냈다"라며 "이를 민 대표가 발송 당일 오후 12시경에 답변을 읽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민 대표는 입장문에서도, 기자회견에서도 '답이 안왔다'고 반복 주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는 여러달에 걸친 경영권 탈취시도를 사내외 정보를 통해 인지하고, 경영상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들이 유출된 걸 확인하고 시행한 것이다. 중대 비위 사안에 대한 감사 일정을 사전 고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내부고발이 감사의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 민 대표의 말에 선을 그었다.

④ 정보자산, 반납 안내 없이 회수?

하이브는 PC 등 정보자산 회수가 별도의 안내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됐으며, 반납과 관련해서도 언론을 통해 먼저 알게 됐다는 민 대표의 주장도 거짓말이라 말했다.

하이브는 "감사 절차의 일환인 정보자산 회수를 위해 서울 마포구 소재의 작업실과 자택을 4월 22일 오전 10시에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유선전화와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 등으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민 대표가 응하지 않았다"라며 "반납 시한이 만료된 23일 오후 6시에 어도어의 신 모 부대표를 통해 재차 정보자산 반납을 요구했다. 신 부대표는 '민 대표가 바빠서 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즉, 고지도 없이 언론을 통해 정보자산 반납을 알게 되었고 이를 언론플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컴백을 앞두고 일을 못하게 전산자산을 뺏아갔다는 주장도 거짓"이라며 "당사는 반납 받는 즉시 새로운 노트북을 지급하고 기존 자료들을 다운 받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다른 감사대상자들도 새로운 기기를 지급받아 일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⑤ '뉴진스,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 시켜주겠다' 약속했다?

민 대표가 주장한 하이브와의 첫 번째 갈등 이유는 당초 하이브 첫 걸그룹으로 데뷔를 약속 받았던 뉴진스 대신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를 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22일 보낸 메일에 이미 상세히 답한 부분이다. 민 대표가 메일이 안왔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자극적이지만 사실이 아닌 주장을, 답변을 봤다면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한 건 하이브가 약속을 안지켜서가 아니라 민 대표의 강력한 '뉴진스의 별도 레이블 데뷔 주장' 때문에 쏘스뮤직에서 멤버들을 어도어로 이관시키고 회사 분할 및 계약 이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뉴진스의 데뷔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답변을 민 대표에게도 보냈음을 밝혔다.

⑥ '르세라핌 데뷔 전 뉴진스 홍보 하지마라' 지시?

이와 함께 하이브는 르세라핌이 데뷔하기 전 뉴진스의 홍보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민 대표의 주장에 "쏘스뮤직과 민 대표간 R&R 논쟁으로 인해 뉴진스 데뷔 일정이 밀리면서 쏘스뮤직이 준비하는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됐다. 두 팀의 데뷔 시점이 연달아 이어져 서로 충분히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최소 일정기간 홍보기간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르세라핌 사쿠라의 경우 하이브와의 계약 전부터 '하이브 이적설'이 불거졌던 탓에 어도어의 데뷔 팀을 '신인으로만 구성된 팀'이라고 홍보할 경우 사쿠라의 쏘스뮤직 합류 사실과 멤버 구성에 대한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라며 이같은 사실 역시 민 대표에게 회신한 메일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⑦ 하이브, 뉴진스 홍보에만 소홀했다?

또 민 대표가 "하이브가 뉴진스의 홍보에만 소홀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과 관련해서는 "하이브 커뮤니케이션 조직은 뉴진스 PR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1년 간 뉴진스로만 273건의 보도자료가 배포됐으며 이는 빅히트 뮤직 전체 659건, 플레디스 전체 365건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과 비교했을 때 소홀하다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⑧ 하이브 불공정 노예 계약에 묶였다?

이날 민 대표와 하이브가 체결한 주주간계약과 관련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하이브는 논란이 된 '경업금지 조항'에 대해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으로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원히 묶어놨다'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하이브는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민 대표 본인이 '가만 있어도 1,000억 번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큰 금액을 보장 받고, 내후년이면 현금화 및 창업이 가능한 조건은 절대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보상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이브는 민 대표가 측근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에 '2025년 1월 2일에 풋옵션을 행사에 EXIT(탈출)한다'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며 "민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고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라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민 대표는 '돈에는 관심없다'고 했지만 논의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의 규모였다"라고 덧붙였다.

⑨ 하이브, ESG 경영 하라?

민 대표가 주장한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반박은 이어졌다.

하이브는 "당사는 추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ESG 경영활동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라며 "회사가 공들여 추진한 친환경 앨범에 대해 민대표는 '녹는 포카가 말장난'이라고 폄하했다. 디지털앨범의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로, 또 앨범케이스와 포토카드를 환경 친화적 생분해 소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는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들여야했다. 이를 흔쾌히 수용하고 투자하는 것이 ESG 경영"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당사는 하이브 산하 전체 레이블에 친환경 앨범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장 비협조적인 레이블이 어도어임을 내부 구성원들은 잘 알고 있다"라고 어도어를 역으로 저격했다.

⑩ 하이브의 대화 시도 없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주주간 계약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 왔으나, 민 대표가 내부고발이라고 주장하는 질의가 하이브에 도착한 시점에 논의가 중단됐다"라고도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하이브는 민 대표 내부고발이라고 주장하는 문제제기 사안에 대해 성실히 답변했다. 하지만 민 대표는 주주간 계약 협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오히려 뒤에서 하이브 내부의 변호사와 회계사를 포섭해 주주간 계약 변경과 내부고발형태의 문제제기 방법을 자문받고, 법무법인과 기관투자자 등과 접촉해 경영권 탈취 논의를 해 온 것이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라고 지적했다.

⑪ 무속인, 의도 없는 단순 지인이다?

전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하이브는 긴급 입장문을 내고 민 대표의 '주술경영' 정황이 포착됐다고 알린 바 있다. 당시 하이브는 민 대표가 무속인 A씨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A씨가 어도어 경영 전반에 개입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무속인은 지인일 뿐"이라고 반박한 바, 이날 하이브는 "경영 전반에 세세히 개입하는 외부 인사를 단순 친구라고 볼 수 없다"라며 민 대표와 A씨의 대화 과정에서 공시되지 않은 임원의 스톡옵션 수량, 잠재 투자자 이름·투자자별 지분율이 기재된 경영권 탈취 구조 등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다양한 경영 이슈에 대해 무속인의 제안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했다며 "중요한 회사 정보를 회사 관계자가 아닌 외부 인사에게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채용청탁도 받은 사실을 회사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⑫ 컴백 시기에 감사 공개, 하이브는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

끝으로 하이브는 다음 달 뉴진스의 컴백을 앞두고 민 대표의 감사 소식이 공개된 데 대해 "하이브는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라고 주장한 민 대표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하이브는 "뉴진스의 컴백에 즈음해 메일로 회사를 공격하기 시작한 쪽은 민 대표 측"이라며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는 4월부터 여론전을 준비하라는 민 대표의 지시가 적힌 기록도 있고, 노이즈를 만들어 회사를 괴롭힌다는 기록도 있다. 이 시기에 회사를 압박하면 억지에 가까운 보상 요구안을 회사가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정작 아티스트를 볼모로 회사를 협박하고 있는 쪽은 민 대표"라고 주장한 하이브는 "보상안이 받아들여지면 좋고, 받아주지 않으면 관계를 끝낼 빌미로 삼으려하고 있다. 수년간 민 대표의 반복되는 요구를 수용하고 타협해 왔으나, 이번엔 이러한 요구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소위 '빌드업' 과정이라는 걸 알게됐고, 시기와 상관없이 멀티레이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감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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