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명언까지 인용하며 선처 호소한 연인 살해범… 2심도 징역 30년

입력
2024.04.29 16:38
수정
2024.04.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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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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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20대가 미국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까지 인용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2부(김종우 박광서 김민기 고법판사)는 A씨의 살인 및 시체유기, 절도 등 혐의 사건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0일 밤 10시 47분부터 이튿날 자정 사이 경기 화성시 한 도로 위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연인이던 B(당시 18세)씨와 말다툼한 뒤 B씨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이후에는 평소 알던 비밀번호로 B씨 휴대폰을 이용해 자신의 계좌로 10만 원을 송금하고, 시신을 수원시 한 등산로 인근 샛길에 유기했다. 이후 그는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 뒤 실행에 옮겼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이날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수차례 반성문을 냈는데 ‘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리고 후회가 그들의 발굽을 문다’는 문구를 썼다고 한다. 미국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또 “앞으로는 제 인생이 아닌,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인생을 살겠다”고 뉘우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직후 A씨가 지인과 마사지업소 예약 및 출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을 언급하며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특정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불상의 약을 이 사건 살인 범행 이전에 먹었다면서 그것 때문에 살인 및 시체유기 전후의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누구로부터 어떤 약을 받은 것인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이를 특정할 수 없다는 진술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B씨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자와 다투던 중 살해한 점, 이후 피해자 휴대폰을 이용해 피해자 언니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피해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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