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안전' 외친 제조사 고발... 피해자만 4,417명

입력
2022.10.26 16:59
수정
2022.10.26 17: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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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애경·SK케미칼 표시광고법 위반"
가습기살균제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
헌재 결론 후 재조사, 공정위도 도마에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애경산업(주) 등의 거짓·과장 광고 행위에 대해 과징금 1억1,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애경산업(주) 등의 거짓·과장 광고 행위에 대해 과징금 1억1,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4,000명 넘는 폐질환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를 출시하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 광고한 혐의로 제조사인 애경산업,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판단은 애경, SK케미칼 측 관련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판결을 뒤집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24일 전원회의를 열고 가습기살균제를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 광고했다면서 애경, SK케미칼에 과징금 1억1,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애경 법인과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법인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애경과 SK케미칼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들어 있는 솔잎향, 라벤더향 제품을 각각 2002년 10월, 2005년 9월 내놓았다. 당시 두 회사가 '인체에 무해한 향균제'라고 낸 보도자료는 그대로 인터넷 신문 기사에 실렸다.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기는커녕 유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해당 상품은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의 출시·사용 자제 권고를 받았지만 2017년 10월 31일까지 판매된 사실이 발견됐다. 판매 중지 이후에도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한 소비자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017년 8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볍법 시행으로 현재까지 폐렴 등을 겪어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4,417명이다.

앞으로 주목받는 절차는 검찰 기소다. 관련 사안의 공소시효는 이달 말까지다. 시장에선 검찰이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깊숙이 의견을 주고받아 기소 여부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관련자를 기소하면 현재 진행 중인 가습기살균제 재판도 영향 받을 전망이다. 법원은 1월 유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용찬 전 애경 대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실상 인정한 공정위 고발과 검찰 기소가 뒷받침한다면, 항소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유죄로 기울 여지도 일부 있다.

이날 결론과 별개로 공정위의 뒤늦은 판단도 도마에 오른다. 공정위는 2018년 실시했던 가습기살균제 조사 때 이번에 문제 된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면서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당시 공정위 결론을 위헌으로 보면서, 공정위는 부랴부랴 재조사에 나섰고 과징금 부과와 고발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조금 더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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