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겨냥한 중국의 공군력 팽창...한국 안보불감증 '심각'

동북아 겨냥한 중국의 공군력 팽창...한국 안보불감증 '심각'

입력
2023.07.25 14:00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2021년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 중국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J)-20'이 참가해 공중 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주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큰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누가 봐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강력한 징후들이 나타났다. 전쟁, 특히 전면전이라는 것은 워낙 큰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밖으로 티가 나지 않게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는 안으로는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군비(軍費)를 들여 군대를 강화한다. 밖으로는 상대 국가를 비판하며 전쟁의 명분을 쌓고, 함께 상대와 싸워줄 동맹국을 구하는 외교활동을 벌인다. 즉 △강력한 내부단속 △급속한 군비증강 △군사동맹 확대는 그 국가가 전쟁을 벌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풀이된다. 역사책을 펴고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제1·2차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제국과 일본제국이 정확히 이 수순을 밟고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중국의 군비 증강은 과거 세계대전 준비 국가 수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최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전쟁 임박’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과 필립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사령관은 2027년, 마이클 미니헌 항공기동사령관은 2025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 수장과 두 명의 사성장군이 이러한 언급을 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앞서 언급한 3가지의 강력한 전쟁 임박 시그널이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징후 가운데 미국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군비 증강이다.

지난 몇 달 사이 미국의 주류 언론과 의회조사국(CRS), 해군정보국(ONI) 등에서는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담은 기사와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00년대 이후 중국 해군의 팽창은 역사상 네 번째로 기록될 만한 해군력 성장”이라고 평가했는데, 이 보도에서 언급한 나머지 세 나라는 세계대전 직전의 독일과 일본,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의 미국이었다. 즉 중국의 해군력 팽창의 속도와 규모가 세계대전을 준비하는 국가 수준으로 평가될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7월 현재 공개출처정보(OSINT)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각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 식별된 군함의 숫자는 대형 구축함 14척, 대형 호위함 4척, 대형 상륙함 3척, 핵잠수함 3척 이상에 달한다.

남중국해에서 이동 중인 중국 군함의 모습. VOA 캡처

각국 언론과 싱크탱크 보고서들은 눈으로 보이는 중국의 급속한 해군력 팽창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해군 못지않게 엄청난 속도로 양적·질적 팽창을 보이고 있는 공군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소 인근을 지나는 항공기나 선박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한 군함 건조 현황과 달리, 전투기 생산 시설은 일반인의 접근과 사진 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정보 수집과 분석 자체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 각지의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전투기 사진을 확대해 아주 작게 새겨져 있는 생산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공군력 팽창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주 충격적인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신형 스텔스 전투기 J-20 연간 생산량 120대 달해"

중국 공군에 대한 연구 성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안드레아스 루프레흐트 제임스타운재단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의 신형 스텔스 전투기 J-20의 연간 생산량이 120대에 달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연간 60~80여 대 정도가 한계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 내에서는 J-20의 연평균 생산량이 세 자릿수라는 분석이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J-20은 미국의 F-22를 잡겠다며 중국이 개발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37톤 급에 달하는 이 대형 스텔스 전투기는 F-22와 마찬가지로 엔진이 2개이고, 높은 수준의 스텔스 기술이 적용됐다. F-35와 개발 시기가 겹치는 만큼 더 우수한 스텔스 기술을 적용하고, F-35와 마찬가지로 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센서를 통합한 ‘센서융합’ 기술로 미국의 스텔스기를 원거리에서 포착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 주장이다. 중국이 가진 최고 수준의 항공기술 집약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조공정이 대단히 까다롭고 생산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는데, 중국이 이런 전투기를 연평균 세 자릿수로 찍어내고 있다는 소식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미 공군의 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J-20은 F-22를 겨냥해 중국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J-20의 생산 숫자를 추정하는 방법은 기체 생산번호를 통한 계산이다. J-20은 조종석을 덮는 캐노피 후방에 기체 생산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 번호는 알파벳 CB와 숫자 4개로 이루어지는데, 앞의 두 자리는 생산 차수(Batch), 뒤의 두 자리는 해당 생산 차수에서의 출고 순서를 의미한다. 가령 지난해 주하이 에어쇼에서 근접 촬영된 ‘CB0369’ 기체는 4차(00~03) 생산분 중 69번째 기체라는 의미다. 중국은 2017년부터 J-20 양산을 시작해 1차분 18대, 2차분 46대, 3차분 56대를 생산하고, 2020년부터 시작된 4차 양산 이후부터는 매 차수 70대 이상을 기록해 왔다. 4차 물량까지만 합쳐도 190대에 달하는 양인데, 2021년 5차 양산 물량부터는 출고 순서 번호가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4배에 달하는 중국의 공군력 팽창

J-20이 배치된 부대도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와 OSINT 정보를 취합해 현재까지 J-20 배치가 확인된 부대는 북부전구에 2개 여단(1·55), 동부전구에 3개 여단(8·9·85), 중부전구 1개 여단(56), 남부전구 2개 여단(5·131), 서부전구 2개 여단(111·176) 등 10개에 달한다. 중국의 전투기 여단(旅團)이 32대의 전투기로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보유 숫자는 320대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2023년 7월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 한·미·일 3국의 스텔스 전투기 배치 수량은 한국 39대, 일본 34대, 주일미군 36대로 109대에 불과하다. 스텔스기 배치 수량에서 중국이 이미 한·미·일의 3배에 달하는 우위를 점하고 있고, 현재 추이대로라면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J-20 외에도 4.5세대 전투기인 J-10C와 J-16도 매년 각각 100대, 60대씩 생산 중이다. 매년 300대 가까운 전투기를 찍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2023회계연도 예산에 반영된 전투기 구매량은 공군·해군·해병대 물량 F-35 61대, 공군용 F-15EX 6대, 해군용 F/A-18E/F 8대 등 75대에 불과하다. 즉 단순 계산으로 중국은 미국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투기를 찍어내며 공군력을 질적·양적으로 팽창시키고 있는 셈이다.

팽창하는 중국 공군력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

중국의 공군력 팽창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이 서태평양 전역에 대한 위협이라면, 항속거리 제한이 있는 공군력의 팽창은 동북아시아의 미군 거점, 즉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직접적 위협이기 때문이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은 지난 70년간 한국을 적국으로 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중국은 지금 이 순간도 정확히 ‘대한민국 영토까지만’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500~1,200㎞급 탄도 미사일인 DF-15·16 수백 발을 북부·동부전구 예하 3개 미사일 여단에 배치해 한국을 겨누고 있다. 앞서 소개한 J-20 배치 부대도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나 대만 인근이 아닌 한반도와 가까운 북부·동부전구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명백한 적의(敵意)가 있는 나라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고성능 스텔스기를 대량으로 찍어내 우리나라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있다면 이를 경계하고 대비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 중국의 전투기 전력 증강에 일본은 F-35 전투기를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의 폭발적인 전투기 전력 증강을 목도한 일본은 지난해 국방비 2배 증액을 선언하고 군비 증강에 나섰다. 일본은 중국의 신형 전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F-35 전투기를 무려 142대나 도입하고, 6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과 중국 공군 기지를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 대량 확보 사업에 착수했다. 기존의 건함(建艦) 계획도 대폭 수정해 중국 항공기들을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대량 요격할 수 있는 대형·고성능 전투함 대량 건조에도 착수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의 공군력 팽창으로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너무나 잠잠하기만 하다. 안보불감증도 이 정도면 중증(重症)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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