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은 미중 스텔스 전투기 탑재 항공모함의 각축장

입력
2024.04.30 14:00
수정
2024.04.30 14:49
25면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2018년 4월 서태평양에서 기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2018년 4월 서태평양에서 기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5일 중국해군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산둥성 칭다오 해군기지에 거의 1년 반 만에 항공모함이 복귀했다. 지난해 랴오닝성 다롄 해군조선소에 입고됐던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이 14개월에 걸친 정비 및 성능 개량 공사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구소련의 미완성 항모 ‘바리야그’를 가져와 개조해 만든 랴오닝은 여러 면에서 전투용으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아 주로 훈련과 전술·교리 개발용으로 활용돼 왔는데, 중국은 이번 개량 공사를 통해 랴오닝을 실전용 항모로 탈바꿈시켰다.

중국 최초 항공모함 '랴오닝' 개량 공사 마치고 복귀

랴오닝이 다롄 조선소에서 개량 공사를 받는 기간 동안 수집한 위성사진과 인근 주민들이 촬영한 근접 사진을 종합해 보면, 랴오닝 항모의 이·착함 지원 장비와 항공관제시스템 일부가 교체된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이러한 장비 교체는 새로운 함재기를 탑재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지난 2월 공사 막바지의 랴오닝 항모 비행갑판 위에 새로운 함재기 모형이 주기된 모습이 관측되면서 랴오닝 항모의 함재기 교체는 사실로 확인됐다.

새로운 함재기는 J-15B를 기반으로 제작된 성능 개량형 J-15와 J-15D로 명명된 2인승 전자전기 모델, 그리고 J-35로 알려진 신형 스텔스 전투기다. 랴오닝 항모는 기계식 레이더를 탑재한 구형 J-15 전투기와 다목적 헬기인 Z-18 계열의 함재기만 탑재했는데, 구형 J-15는 레이더와 전자장비, 엔진을 완전히 일신한 신형 J-15와 ‘중국판 그라울러’로 불리는 전자전기로 교체되고, 여기에 J-35라는 스텔스 전투기가 보강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니미츠급 항모의 함재기를 4.5세대 전투기인 F/A-18E/F 블록 III과 EA-18G 전자전기, 5세대 전투기인 F-35C 조합으로 바꾸는 것처럼, 중국도 4.5세대로 개량한 J-15와 그 파생형 전자전기, 그리고 5세대 전투기인 J-35 조합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J-35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F-35 기술을 훔쳐 만든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던 모델이다. 이 전투기는 중국군의 요구에 따라 개발된 것이 아닌, 수출용 모델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J(殲·젠)’이라는 제식기호 대신, 수출용 기호인 ‘FC(Fighter China)’가 부여돼 FC-31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중국 매체들에 의해 J-31 또는 J-35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전투기의 제식 채용이 발표되면 경쟁 기종인 미국의 F-35를 의식해 J-35라고 명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12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젠(J)-15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치고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착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젠(J)-15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비행을 마치고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에 착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신형 스텔스 전투기 J-35 탑재한 랴오닝

J-35는 엔진이 2개라는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F-35와 매우 닮았다. 크기나 형상, 제원도 F-35와 판박이인데, 제작사 측은 전자장비를 비롯한 기체의 전반적인 성능이 F-35와 대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시운전을 준비 중인 최신형 항모, 푸젠에서도 J-35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항모 시운전부터 실전 배치까지 2,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늦어도 2027년 이전에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항모 2척을 작전에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스텔스 함재 전투기 J-35의 실제 성능은 아직 검증된 것이 없지만, 중국 측의 주장대로 F-35에 어느 정도 근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전투기는 미 해군의 현용 주력 함재 전투기인 F/A-18E/F보다 더 우위의 성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투기를 운용하는 항모가 2척이나 바다로 나오면, 중국 항모를 최전선에서 상대해야 하는 미 해군 제7함대도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항모를 가져와야 한다.

미국 조지 워싱턴 항모도 종합정비 마치고 태평양 배치 예정

중국 랴오닝 항모가 칭다오 해군기지로 복귀한 25일 미국도 대응 카드를 띄웠다. 대서양에 있는 노퍽 해군기지에서 조지 워싱턴 항모가 출항한 것이다. 이 항모는 파나마 운하의 상황을 고려해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남미 대륙의 끝단을 돌아 태평양으로 올 예정이다. 5월까지는 제4함대 통제를 받아 남미 주요 국가들을 순방하며 군사외교 임무를 맡고, 6월에 동태평양을 담당하는 제3함대 통제를 받아 태평양을 횡단한 뒤 제7함대 기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로 들어올 계획이다. 조지 워싱턴이 일본에 도착하면, 현재 요코스카에서 수리를 받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은 조지 워싱턴에 제7함대 전진배치 항모 임무를 이관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지난 2018년 해군 부산작전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호는 종합정비를 마치고 태평양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가 지난 2018년 해군 부산작전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호는 종합정비를 마치고 태평양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지 워싱턴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제7함대 전진배치 항모 임무를 수행했던 배다. 2016년 말에 로널드 레이건에 임무를 넘기고 미국으로 돌아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핵연료 교체 및 종합정비공사를 받았다. 이번 공사의 핵심은 핵연료를 교체해 수명을 20년 더 늘리고, F-35C와 MQ-25 등 신형 함재기 운용 능력을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지난해 조선소에서 나온 조지 워싱턴이 이 신형 함재기 통합 작업을 마치고 7함대로 돌아오는 것이다.

조지 워싱턴은 로널드 레이건과 같은 니미츠급 항모지만, 함재기 구성이 일부 달라진다. 항모 항공단을 구성하는 4개 전투기 비행대 중 1개가 F/A-18E에서 F-35C로 교체될 예정이고, EA-18G 전자전기를 운용하는 비행대 역시 구형 전자전 장비를 최신형 전자전 장비인 ‘NGJ’로 바꿀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무인 공중급유기인 MQ-25까지 추가로 배치된다. 이러한 변화는 조지 워싱턴이 기존 로널드 레이건과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조지 워싱턴이 탑재한 스텔스 전투기 F-35C는 중국 전력 압도

스텔스 전투기인 F-35C는 레이더·전자장비·무장 능력 면에서 중국의 현용 주력 함재기인 J-15를 압도한다. 중국이 F-35를 모방한 J-35를 배치했다고는 하지만, J-35가 F-35와 대등한 성능을 갖추었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F-35C는 고성능 센서와 이른바 ‘NIFC-CA’로 불리는 네트워크 협동 교전 시스템을 이용해 중국 항모 전투기들을 원거리에서 먼저 보고 먼저 타격할 수 있다. 2025년부터 블록 4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내부무장창에 탑재되는 스텔스 대함 미사일 ‘JSM’을 이용해 중국 항모전단에 일방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조지 워싱턴 항모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에 탑재될 신형 ‘NGJ’도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다. 기존 전자전 장비인 ALQ-99는 150㎞ 정도의 전파교란 범위를 갖는데, NGJ는 교란 범위가 360㎞ 이상으로 확장됐고, 교란할 수 있는 대상 장비와 숫자도 크게 늘었다. 이 NGJ를 탑재한 그라울러는 중국이나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장거리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든 뒤 ‘눈먼 표적’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항모전단에 부여한다.

신원식(가운데) 국방부 장관 등 한미 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F-35C 스텔스 함재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신원식(가운데) 국방부 장관 등 한미 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F-35C 스텔스 함재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F-35C와 EA-18G의 작전반경을 비약적으로 늘려줄 MQ-25의 전력화도 중요한 변화다. MQ-25의 공중급유 지원을 받으면 F-35C의 작전반경은 2,000㎞로, EA-18G의 작전반경은 1,500㎞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존의 미국 항모 전투기들은 전용 공중급유기가 없어 미 공군의 지원을 받거나 보조연료탱크를 주렁주렁 매단 동료 전투기의 연료를 받는 방식으로 급유 문제를 해결했는데, MQ-25가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MQ-25의 지원을 받는 F-35C는 중국의 대함탄도미사일 DF-21의 사정권 밖에서 중국 연안을 타격할 수도, 북한이 탐지할 수 없는 먼 거리인 제주 남방 해역에서 발진해 평양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한반도 주변은 스텔스 탑재 항모의 각축장

미국은 올해 7함대 항모 교체 이외에도 중국과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텔스 항모’ 전력을 추가로 보강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강습상륙함 ‘아메리카’를 ‘라이트닝 캐리어’로 활용하기 위한 F-35B 전투기 24대 주일미군 배치 작업이 올해 마무리된다. 7함대를 지원할 일본 해상자위대 경항모 2척에 탑재하기 위한 F-35B 초도분 납품도 올해 4분기로 계획돼 있다.

현재 공개된 일정대로 미·일과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탑재 항모 전력화가 이루어지면, 앞으로 3년 내에 한반도 주변에는 미·일 4척, 중국 2척 등 6척의 스텔스기 탑재 항모가 배치된다. 양대 진영의 스텔스기들이 우리 영공을 휘저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 군도 스텔스기는 물론, 스텔스기에 대응하기 위한 ‘카운터 스텔스’ 전력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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