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빼겠다" "직원 해고해라"…사적 제재 수단으로 전락한 '별점'

입력
2023.09.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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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학부모 사업장·직장 등 별점 테러
폐업·정상 영업 활동 방해 등 피해 속출

20일 한 대형 포털에서 운영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한 은행 지점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교사 가해 학부모에 대한 비난 리뷰가 달려 있다. 앱 캡처

20일 한 대형 포털에서 운영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한 은행 지점에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교사 가해 학부모에 대한 비난 리뷰가 달려 있다. 앱 캡처

최근 서울 도봉구의 한 은행에 '별점 테러'가 쏟아졌다.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한 교사의 가해 학부모가 부지점장으로 근무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의 비난 댓글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20일 한 대형 포털에서 운영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 표시된 해당 은행 지점에는 "'제가 1,000만 원이 어딨어요' 하며 군대 가서까지 돈 걱정하던 어린 선생님의 한숨이 죽을 때까지 귓가에 맴돌길" "여기 부지점장이 1,000만 원 만들기 재테크를 잘한다는 소문에 찾아왔다" "남을 괴롭게 한 건 일시불로든 할부로든 다 돌려받게 돼 있다. 남에게 아픔 주고 피해 주지 말자" "손님에게도 갑질하고 횡령할까 봐 겁나서 이 지점은 더 이용 못하겠다" 등 항의 리뷰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5점 만점인 별점 평가에 1점을 무더기로 줬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맛이나 서비스 등을 평가해 정보를 공유하는 별점 제도가 사적 제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숨진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와 직장 등에 무차별적 별점 테러를 가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엉뚱한 영업장이 피해를 입은 경우도 발생했다.

별점 테러가 쏟아진 이 은행의 온라인 별점 리뷰에는 "가해 학부모가 회사 그만두면 별점을 복구하겠다" "이 은행에 있던 계좌 다 없애고 다른 은행을 이용하겠다" 등 해고 요청과 불매 운동 조짐까지 이어졌다. 대전 교사 사망 사건 당시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밥집은 항의가 쏟아지면서 폐점했다. 다른 학부모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체육관 등에도 별점 테러가 잇따랐다.

한 대형 포털 관계자는 "과거에 별점과 댓글을 권력 삼아 악용하는 소비자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커 별점을 폐지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배달 앱 등 별점 제도가 많이 남아 있어 정보 공유 취지와 달리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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