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소반'으로 다시 피어난 버려진 플라스틱...LG화학은 삼관왕 품었다

입력
2024.02.15 04:30
수정
2024.02.19 12:3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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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전통 소반 만들어
광고·디자인상 등 삼관왕
저탄소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해 지속가능성 선도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LG화학과 하지훈 작가가 함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PCR)를 사용해서 만든 리소반(RE:SOBAN)의 제품 이미지. LG화학 제공

LG화학과 하지훈 작가가 함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PCR)를 사용해서 만든 리소반(RE:SOBAN)의 제품 이미지. LG화학 제공


전통 의자, 소반 같은 한국 전통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작가는 지난해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LG화학이 만들고 있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소반을 디자인 해보자는 것이다. 회사 측은 소비자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PCR·Post-Consumer Recycled)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해 하 작가가 꾸준히 만들어 온 소반으로 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하 작가는 망설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재활용 소재로 소반을 멋지게 디자인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용 후 다시 버릴 때도 친환경적으로 분리 수거를 할 수 있게 해보자고 제안했다. 소반 제작 과정에서 볼트나 너트, 접착제를 아예 쓰지 않게 디자인해서 나중에 다시 재활용 되게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LG화학도 대환영이었다.

이렇게 마음이 모아져 플라스틱 소반 '리소반'(RE:SOBAN)이 탄생했다. 리소반이라는 이름에는 플라스틱이 소반으로 다시 태어나 자연을 살린다는 뜻과 함께 전통 가구를 플라스틱 소재로 다시 창조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처음 기획한대로 이 제품은 볼트나 접착제 없이 손쉽게 끼우는 방식으로 조립됐기 때문에 100% 재활용도 가능한 점이 눈에 띈다.



LG화학과 하지훈 작가가 함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PCR)를 사용해서 만든 리소반(RE:SOBAN)은 볼트나 접착제가 사용되지 않고 끼우는 방식으로 조립 가능하게 디자인 됐다. 제품 조립 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 LG화학 제공

LG화학과 하지훈 작가가 함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PCR)를 사용해서 만든 리소반(RE:SOBAN)은 볼트나 접착제가 사용되지 않고 끼우는 방식으로 조립 가능하게 디자인 됐다. 제품 조립 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 LG화학 제공


LG화학과 하 작가의 협업은 성공적이었다. LG화학은 지난해 리소반으로 '2023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어 '글로벌 디자인 iT 어워드 2023'에서도 실버(Silver)상과 특별상(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장상)을 수상했다.

하 작가는 "기존에도 플라스틱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 적은 있지만 미감적인 부분만 활용 했었다"며 "리소반 디자인은 지난해 개인적으로도 가장 의미가 큰 협업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쁜 소재는 없고 나쁜 사용 방법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창작하는 사람들도 사용 후 재활용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볼트나 접착제 없이 제작해 재활용 될 수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 등을 적극 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소재 브랜드인 렛제로(LETZero)로 통합


LG화학이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를 위한 친환경 브랜드로 2021년 내놓은 친환경 통합 브랜드 렛제로(LETZero)의 로고 디자인. LG화학 제공

LG화학이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를 위한 친환경 브랜드로 2021년 내놓은 친환경 통합 브랜드 렛제로(LETZero)의 로고 디자인. LG화학 제공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사업을 이차전지 소재, 혁신 신약과 함께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기업을 탈피해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지속가능성을 이끌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20년에는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 성장'을 선언했다.

이어 2021년 LG화학은 재활용·바이오·썩는 플라스틱 등 제품을 한데 모은 친환경 브랜드 '렛제로'(LETZero)를 시장에 알렸다. 이 이름은 영어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었는데 'Let'(하게 하다,두다)과 'Zero'(0)를 합한 말이다. '환경에 해로움을 제로로, 탄소배출 증가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LG화학은 설명했다.

LG화학은 렛제로를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고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그린슈머·Greensumer)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렛제로에는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한 리사이클(Recycle) 제품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Bio) 소재,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폐글리세롤 등을 활용해 만든 생분해 소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LG화학은 생산 중인 제품 중 58개 제품에 대해 글로벌 친환경 소재 인증인 ISCC PLUS1(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PLUS)를 땄다. 또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UL ECV(환경성 주장 검증), TUV(독일 기술 관리협회 인증), GRS(국제 재생 섬유 친환경 인증마크) 등 다양한 인증을 이미 받아뒀다.

이런 노력 덕분에 글로벌 기업들이 LG화학의 렛제로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한 유아용 기저귀 제조사는 LG화학이 만든 '바이오 원료 고흡수성 수지'(BCB SAP)를 재료로 사용 중이고 북미 최대 장난감 업체인 마텔은 LG화학이 생산한 '재활용 고흡수성 수지'(PCR ABS)로 어린이용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이미 실생활에서도 렛제로를 활용한 제품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프리미엄 치약 용기부터 TV용 셋톱박스, 리모컨, 서울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미래형 버스 정류소)까지 LG화학이 생산한 렛제로 원료가 적용됐다.



이탈리아 ENI와 국내 최대 바이오오일 공장 설립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이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이엔아이(ENI) 최고경영자(CEO)와 차세대 바이오 오일(HVO)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신학철(왼쪽) LG화학 부회장이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이엔아이(ENI) 최고경영자(CEO)와 차세대 바이오 오일(HVO)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올해 연 2만톤 규모의 국내 최초 초임계 열분해 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충남 당진시에 짓기로 했다. 이 기술은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수증기 상태의 특수 열원을 활용해 폐플라스틱 등을 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이엔아이(ENI) 그룹과 차세대 바이오 오일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본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2026년까지 당진시 LG화학 대산 사업장에 연 30만톤(t)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2(HVO) 생산 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HVO도 세계 시장 수요가 2030년 4,000만톤(t)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HVO를 사용해 친환경 제품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로고. LG화학 제공

LG화학 로고. LG화학 제공


1 ISCC PLUS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지침에 부합하는 국제인증 제도
2 수소화 식물성 오일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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