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AI, 미래전 '게임 체인저'... 안전·윤리 논의도 필요

입력
2024.04.15 04:30
수정
2024.04.15 09:24
24면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러시아군의 드론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택가를 급습, 소방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러시아군의 드론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택가를 급습, 소방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지난 2020년 미군의 무인공격기 MQ-9 리퍼는 바그다드 참수 작전에 투입,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추적·암살했다. 또 2021년에는 카불 공항의 테러리스트와 수뇌부를 제거하는 등 적대적 표적 집단을 타격하는 특수부대의 정밀 교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보다 앞서 튀르키예는 리비아 내전(2014~2020) 동안 자율 사격이 가능한 Kargu-2 드론으로 퇴각하는 적 병력을 공격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어떤가.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후 두 달 만에 460대에 달하는 러시아 전차와 2,000대에 육박하는 장갑차를 무인기를 통해 파괴했다. 러시아 역시 AI 시각 식별(AIVI) 기술로 표적을 실시간으로 분류하는 KYB-UAV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기동력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AI 기반 완전자율 차량을 실전 배치한 국가다. 이미 2016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경계 지역에 중형 화기를 탑재한 군용 무인 차량을 투입했으며, 병사와 로봇 차량으로 이뤄지는 혼성 전투부대도 편성한 바 있다.

지난 3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한 가짜로 밝혀졌고, 이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에서 내려졌다. 트위터 계정 @small_float 캡처

지난 3월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한 가짜로 밝혀졌고, 이후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에서 내려졌다. 트위터 계정 @small_float 캡처

AI는 후방에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위협요소로도 악용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유포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가짜 항복 선언’ 영상, ‘펜타곤 폭발 영상’ 등은 AI를 활용한 대표적인 ‘딥페이크’의 사례다. 이들은 교전 당사국의 항전 의지를 꺾고, 국제 여론을 뒤흔들 수 있다.

딥 페이크

딥 페이크


국방 혁신에 필수불가결한 인공지능

오늘날 디지털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의 잠재력은 비즈니스 영역에 그치지 않고 안보와 직결된 국방 분야로 접목되고 있다. 이미 현대전은 정밀화, 자동화, 네트워크화의 양상을 띠게 된 지 오래다. 전통적인 육·해·공 전장 범위는 사이버와 우주를 포함한 5차원의 영역으로 확대됐다. 그래서 인적 역량만으로는 첨단화된 통합형 국방체계를 제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심각한 병력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군사용 AI의 도입은 효율적인 자원관리와 전투력 강화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가짜 미디어 탐지ㆍ생성

가짜 미디어 탐지ㆍ생성

현대 국방력은 단순히 무기의 양적 우위가 아닌, 질적 수준과 이를 효과적으로 전개할 첨단화된 운용‧지원체계의 확립과 직결된다. AI가 미래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향후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지능화된 국방체계를 어떻게 확립할 수 있는가는 국방 전략의 최우선적 고려 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스마트플랫폼 및 무인화·지능화 기술’의 국가별 수준 조사(2020년)에 따르면, 미국 국방 기술 발전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유럽은 90, 일본은 85, 중국 84, 한국은 75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가상 지휘관

가상 지휘관


국방 AI의 주요 적용 분야

AI는 침투성과 향상성, 혁신 창출성이라는 고유한 속성으로 인해 국방 전반의 전력 강화와 통합적 운용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간파한 나토(NATO) 과학기술 기구는 AI를 '향후 20년간 국방혁신을 촉진할 핵심적인 신흥 파괴적 기술'로 선정했으며, 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시간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가상 지휘관부터 △병력 간 자동화 통신 △정밀 교전 지원 시스템 △자동 타깃팅 등 AI는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미래전의 핵심적인 수행주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화 통신

자동화 통신

평시에도 특정 사회의 첨예한 상황을 소셜 데이터를 통해 해석하고 취약점을 간파해 냄으로써, 효과적인 심리전의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영향 공작은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상대국의 항전 의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초단계에서부터 전개되는데, 여기서도 AI는 허위‧조작 정보의 생성, 확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른바 정규전과 심리전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전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푸핑(Spoofing) AI 시스템

스푸핑(Spoofing) AI 시스템


이미 시작된 국방 AI 전력화 경쟁

미국은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기술의 확보와 운용체계의 혁신을 위해 일찌감치 국방 AI 분야에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그동안 누렸던 상대적 기술 우위가 도전 국가들에 의해 점차 상실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제3차 상쇄전략'(The Third Offset Strategy)을 발표했는데, AI는 이를 구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미국은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창설했고,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 국방혁신국 등 민군 혁신도 과감하게 추진 중이다.

도전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은 ‘군민융합전략요강'(軍民融合戰略綱要)을 통해 광범위한 빅데이터 분석과 학습능력을 갖춘 첨단 군의 육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AI를 통해 자율무기체계 개발뿐 아니라 미래의 지능전 양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군대조직과 전술·작전 개념까지 혁신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AI 기술의 접목은 중국의 원대한 목표인 ‘강군몽'(强軍夢)을 실현할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전투 차량 운용 최적화

전투 차량 운용 최적화

이미 무인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일본은 AI 기반 자율화 무기체계에도 상당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으며, 지난 2019~2023년 일본 중기방위력정비계획 기간엔 함선용 무인기를 도입했다. 특히, 미 국방부와 공조해 레이더 센서와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무인 전투기 개발에도 착수, 유인 전투기와 함께 비행 편대로 운영하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는 당면한 병력 및 고가장비의 부족 문제를 가성비가 뛰어난 자율무기체계로 극복하려고 시도 중이다. 최근 투입한 자폭형 드론이나 무인전투기, 무인잠수정, AI 자율 어뢰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핵미사일 등 민감한 전략 무기의 제어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 행동 예측

사회 행동 예측


군사용 AI 개발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

그러나 군사용 AI의 개발은 단순한 기술적 사안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군 조직의 수용 역량과 제도적 기반, 글로벌 차원의 동맹체계와 보편적 윤리‧규범의 문제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의 무기체계는 전통 시스템을 대체하는 AI의 도입·적용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야다.

정밀 교전

정밀 교전

AI 연산 능력은 충분한 양질의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위해서는 군이 확보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를 설명‧인식 가능한 데이터로 정제하고 수집·관리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영상 정보 및 음성 정보 인식기술 등 센서 단위의 기술은 발달했지만, 방책을 추천하는 기술 등 사람이 결심하는 판단까지 지원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기술은 부족하다. 이는 안전성 문제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자동 타깃팅

자동 타깃팅

AI 활용 확대가 야기하는 또 하나의 쟁점은 책임성과 윤리적 문제다. 이는 자율 무기체계, 대표적으로 ‘킬러 로봇’의 살상 행위에 대한 권한 부여의 정당성과 책임 문제로 귀결된다. 실험실 같은 제한적 환경에서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자동화(automation)’와 달리,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실제 야전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판단을 맡기는 것은 매우 높은 의사결정의 ‘자율성(autonomy)’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킬러 로봇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해야 하는 능력이 불완전할 수 있다. 국방 AI의 소요 제기 단계에서부터 개발자와 기업에도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신안보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원, 외교부 경제안보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지정학과 경제안보, 신흥기술안보 등으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학제 간 융합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저서‧논문으로 <국방분야의 인공지능 기술도입의 주요 쟁점과 활용 제고 방안> <양자기술의 국가안보적 도전과 대응전략> <반도체 공급망 안보의 국제정치> <디지털 안전사회의 의미>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시대> 등이 있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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