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겹으로 방어한다...이란 공습 막아낸 이스라엘 방공망

입력
2024.04.16 14:00
수정
2024.04.16 14:18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돔 방공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돔 방공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AP뉴시스

이달 초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의 공격은 그동안 시리아·이라크·예멘 등지에서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들이 산발적으로 발사했던 미사일·드론 공격 시도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감행됐고,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습에 직면했다. 전국에 사이렌이 울리고 하늘에서는 이란이 쏜 발사체들과 이스라엘이 쏜 요격탄들이 뒤엉켜 밤새도록 화염과 폭음이 이어졌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는 경미했다.

이란의 드론·미사일 '하이브리드 공격'…99% 요격한 이스라엘

이스라엘군은 미사일·드론의 99%가 요격됐고, 유의미한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번 공격에는 장거리 자폭 드론 185대, 중거리 탄도미사일 110발, 순항미사일 36발 등 331개의 각종 무기가 사용됐다. 드론 185대와 순항미사일 36발은 모두 격추됐고, 탄도미사일은 110발 중 103발이 격추됐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이란에 가장 위협적인 타격 자산이 될 수 있는 F-35I 전투기가 배치돼 있는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 집중됐다. 이스라엘이 격추하지 못한 탄도미사일 대부분이 이 기지 주변에 떨어졌는데, 해당 미사일들은 기지 내 격납고·탄약고 등 핵심 시설을 맞히지 못해 이스라엘군에 치명타를 입히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아슈켈론(이스라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아슈켈론(이스라엘)=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미사일을 섞어서 대량으로 투발한 이번 전술은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하이브리드 타격 전술’이었다. 현대 거의 모든 국가의 일반적인 방공망은 비행 속도와 고도, 접근 방식이 각기 다른 발사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에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각기 다른 비행 특성을 가진 비행체들이 동시에 대량으로 접근할 경우 대부분의 방공망에는 과부하가 걸린다. 다양한 장거리 타격 수단을 가지고 있는 이란은 전력을 다해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고, 이번 공격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란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거의 100%에 가까운 요격률을 보이며 그야말로 역사를 새로 썼다.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정답은 ‘다층방공체계’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패트리엇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공체계 구축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의 경상북도보다 조금 더 큰 면적의 작은 나라다. 인구밀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로켓이나 미사일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 상당히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방공망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 왔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다층방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 배치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모습. 아슈켈론(이스라엘)=AP 뉴시스

2022년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 배치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모습. 아슈켈론(이스라엘)=AP 뉴시스

최하층 방어는 잘 알려진 ‘아이언돔’이 맡는다. 아이언돔은 거리 70㎞, 고도 10㎞ 범위의 방공을 맡는데, 주로 드론이나 순항미사일, 근거리에서 발사된 로켓탄이나 박격포탄 등을 요격한다. 고성능 레이더 하나와 20발들이 미사일 발사기 3개가 하나의 포대로 구성되는데, 이스라엘 전역에 이러한 포대가 11개 이상 배치돼 거의 모든 지역을 중첩 방어하고 있다. 하마스와의 여러 차례 공방전에서 증명된 것처럼 90% 이상의 요격 성공률을 자랑한다. 아이언돔 한 단계 위부터는 중거리 미사일인 ‘패트리엇’과 ‘데이비드 슬링’이 맡는다. 패트리엇은 일반 공중 표적과 탄도미사일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GEM/GEM-T 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요격용 ERINT 미사일이 배치돼 거리 55~180㎞, 고도 25㎞ 범위 안의 공중 표적을 처리한다. 미국이 한때 차세대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로 도입을 검토했던 데이비드 슬링은 거리 250㎞, 고도 15㎞ 범위 내의 공중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 패트리엇은 8개 포대, 데이비드 슬링은 2개 포대가 배치돼 이스라엘 전국 하늘을 중첩 방어한다.

패트리엇·데이비드 슬링 이상부터는 미사일 방어 임무만 수행하는 요격체계 담당이다. ‘애로우-2’는 100㎞ 범위 내의 50㎞ 고도 안에서 1개 포대가 14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고, 현재 3개 포대가 이스라엘 전역에 분산 배치돼 있다. 외기권 요격 시스템인 ‘애로우-3’는 2,400㎞의 최대 사거리 범위 내에서 100㎞ 이상 고도에 있는 탄도미사일 표적을 전문적으로 요격한다. 1개 포대가 배치돼 이스라엘 전역을 커버한다.

헤즈볼라·후티·이란 공격 막아낸 이스라엘의 방공망

이스라엘 외부에서 발사한 각종 미사일이나 드론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하려면 애로우-2·3와 데이비드 슬링, 패트리엇 등의 중·장거리 요격 시스템은 물론, 공중 초계 중인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구축하고 있는 다층 방공망을 뚫어야 한다. 그것을 뚫고 들어가더라도 거의 모든 도시와 군사시설 인근에 분산 배치돼 있는 아이언돔이라는 방공망을 또 뚫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이언돔 배치 수량을 15개 포대까지 늘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레이저 요격 무기인 아이언빔까지 중첩 배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외부의 적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하려면 6~7겹이나 되는 방공망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좁은 영토를 가진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 밖까지 사거리 안에 두고 있는 중·장거리 방공 무기를 여러 종류 개발·배치해 이 같은 중첩 방공망을 구축한 이유는 그래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이나 로켓과 같은 위협은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스라엘 영공 안으로 들어온 뒤 요격을 시도하면 교전 가용 시간이 매우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먼 거리·높은 고도의 공중 표적들을 일찌감치 요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다층방공체계 구축을 서둘러 왔고, 탐지·요격 자산을 하나의 지휘통제체계 안에 묶어 일사불란한 방공 전투가 가능하도록 준비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방공작전체계는 이번 전쟁에서 헤즈볼라·후티·이란의 공격 때 그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국민 보호 가능한 방공망 구축해야

지난해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고위력 현무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으로 구성된 3축 체계 장비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 L-SAM, 고위력 현무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으로 구성된 3축 체계 장비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 같은 방공작전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미사일 공격 위협의 수준은 이스라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북한은 이란·헤즈볼라·후티가 가진 미사일·로켓·포병 전력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화력투발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향해 날아올 미사일과 로켓이 그만큼 많다면 우리의 방공 시스템도 일찌감치 요격 시도가 가능하도록 중·장거리 요격 수단을 포함해 중첩·다층방공체계로 구축됐어야 했다. 그러나 북핵 위기가 불거진 후 30년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 군은 종말단계 하층방어체계만 갖춰놨을 뿐, 북한의 미사일·로켓이 군사분계선 상공을 넘기 전에 요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방공자산은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배치된 패트리엇·천궁은 해당 시스템이 배치된 대도시나 공군기지 주변만 제한적으로 방어가 가능하고, 사거리와 요격 고도가 짧아 대량의 미사일·드론·로켓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하이브리드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종말단계 상층방어 시스템인 L-SAM이 개발되고 SM-6 미사일 도입 추진과 다목표 동시교전 능력이 우수하다는 한국형 아이언돔, 일명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가 개발되고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 지역 상공에서 선제적 요격 전투를 벌일 수 있는 SM-3와 같은 장거리·고고도 요격 시스템은 미·일 주도 MD와 연동될 수 있다는 정치적 반발 때문에 10년 넘게 도입이 미뤄지고 있고, 충분한 사거리·고도를 확보해야 할 LAMD는 벤치마킹 대상인 아이언돔의 7분의 1 수준의 사거리로 거점 방어만 겨우 가능한 수준의 이상한 무기로 개발되고 있다.

정부와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데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하고, 의사결정권자의 ‘밥그릇’이 고려되면 전쟁이 터졌을 때 국가는 국민 보호라는 의무를 다하기 어려워진다. 이스라엘의 이번 방공전투를 보면서 정부와 군 관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방공망 구축 사업이 국민 보호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정치 세력과 의사결정권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말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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