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장례비 지원" 정부 발표에 온라인 찬반논쟁

입력
2022.10.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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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장례비 1500만원 정부 발표에
"세금 지원 반대한다" 주장도
참사 희생자 가족들 "이태원 참사, 행정력 부재서 비롯"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희생자들의 장례비 대납 등을 포함한 정부 지원책 발표와 관련, 네티즌들의 찬반양론이 한창이다. 대형 참사에 정부 지원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행정 실책으로 벌어진 사고에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세월호 등 이전 대형 참사의 희생자와 가족들은 정부 행정력 미비로 발생한 이번 사고에 충분한 피해자 지원이 따르되, 지원 금액보다는 지원 방식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행정안전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사망자 장례비는 최대 1,500만 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며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1:1) 매칭도 모두 완료하였고,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원활한 장례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 부상자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치료비를 우선 대납하고, 중상자는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 매칭하여 집중 관리한다. 이밖에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한다.

현재 중대본이 파악한 이태원 사고 사망자 154명, 부상자는 중상 33명을 포함 149명이다. 사망자는 1명을 제외하고 신원이 확인됐다.

피해자 지원 반대여론에 참사 희생 가족들 "정부 지원은 국가 임무 중 하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정부 지원 찬반 설문.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정부 지원 찬반 설문. 블라인드 캡처

이태원 참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에서는 정부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이 거세게 맞붙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충분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오지만,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정부 실책에 왜 애꿎은 세금이 쓰이냐는 비판도 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공무원들이 철저하게 사전 대비를 못해서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비록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라와 공익을 위해 일하다가 사망한 것도 아닌데 왜 국민의 혈세로 장례비를 지급해야 하나?"고 정부 대책을 반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관련 기사에 "군부대 사고사도 이렇게 안 해준다. 국립묘지에 안치해드리지 그러냐"고 비꼬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장례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지난 30일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올린 설문에 31일 오후 2시 현재 81%(806명 참여‧651명 반대), 87%(410명 참여‧357명 반대)가 정부 지원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섣부른 지원 발표가 국민을 갈라치기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이태원 참사 반나절도 안돼 정부나 언론에서 지원금 얘기부터 꺼내는 건 너무 천박한 일"이라며 "피해자와 국민을 이간질시키는 일이고, 본인들(정부) 책임에 대해 눈 돌리려는 수법"이라고 질타했다.

세월호 등 이전 대형 참사의 희생자와 가족들은 국가적 재난에 정부 지원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광배 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부의 모든 재원이 세금에서 나오는데, 행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에 국민 혈세가 쓰인다는 비판은 앞뒤가 안 맞는 지적"이라며 "이번 참사는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충분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례비 1,500만 원' 같은 지원 금액보다는 지원 기준과 절차 등을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지금은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약속이 선행돼야 할 때"라며 "정부 실책을 강조하려고 일부는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배상금이라고 주장하지만, 배상금은 참사 책임 주체를 밝힌 후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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